신형 캠리, 103가지가 달라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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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출시된 신형 캠리 내부.

도요타 캠리는 1983년 데뷔 이래 누적판매 1400만대를 넘어선 베스트셀러 중형차다. 캠리는 도요타가 위기에서 찾은 기회였다. 1970년대 석유파동 이후 미국에선 저렴하고 연비 좋은 일본차 판매가 급격히 늘었다. 급기야 미 정부가 통상마찰을 제기할 조짐이 보였다. 일본차 업계는 ‘수출자율규제’에 나섰다. 다소 덜 팔더라도 이익이 큰 차로 전략을 수정했다.

미국은 자국 자동차 산업을 보호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안방시장을 일본차에게 내준 계기였다. 위기감을 느낀 일본차 업계가 오히려 강해졌기 때문이다. 가령 소형차 위주에서 중형차로 차종을 다양화했다. 세금폭탄을 피하기 위해 미국에 공장을 세우기 시작했다. 이 같은 변화가 물꼬를 틀 무렵, 도요타가 발 빠르게 내놓은 중형차가 바로 캠리였다. 캠리는 방심하고 있던 미국차 업계의 허를 찔렀다. 미국 수출 2년 만에 12만여 대가 팔리며 효자 차종으로 거듭났다. 급기야 터줏대감 포드마저 누르고 승용차 부문 판매 1위의 고지까지 차지했다. 세대교체를 앞둔 지난해도 미국에서 30여만 대가 팔려 승용차 정상의 자리를 지켰다. 리콜과 엔고, 대지진의 악재 속에 거둔 성과여서 의미가 더욱 남달랐다.

18일 7세대로 거듭난 신형 캠리가 국내 시장에 출시됐다. 발표 행사 이틀 뒤, 부산에서 여수까지 신형 캠리와 캠리 하이브리드를 번갈아 몰며 달렸다. 신형 캠리의 외모는 자극이나 파격과 거리가 멀다. 이전보다 그나마 멋 부린 게 이 정도다. 실내 역시 담담하다. 계기판을 품은 대시보드와 오디오를 껴안은 센터페시아가 ‘T’자로 만나는 교과서적 구성이다.

캠리는 2.5L 가솔린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를 얹었다. 최고출력은 캠리 181마력, 캠리 하이브리드는 전기모터와 합쳐 203마력이다. 운전대는 예민해졌다. 미세한 조작도 놓치지 않고 앞머리에 반영한다. 신형은 역대 어떤 캠리보다 세련되고 정제된 운전감각을 뽐낸다. 이날 275㎞를 달리는 사이 시나브로 캠리의 존재를 잊었다. 미국엔 이런 우스갯소리가 있다. ‘캠리는 삶에 집중하게 해주는 차다.’ 차에 신경 쓸 일이 없기 때문이다. 103가지 변화를 머금었다는 이번 캠리 역시 마찬가지다. 가격은 캠리 3390만원, 캠리 하이브리드 4290만원. 전보다 100만~300만원 내렸다.

김기범 중앙SUNDAY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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