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도 미술관처럼 세련되게 … 젊은이들 데이트 명소로 만들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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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아직도 박물관과 미술관을 구분하는 게 마땅찮아요. 박물관도 미술관처럼 멋지고 세련되고 모던한, 젊은 사람들이 데이트하고 싶은 곳으로 만들고 싶어요.”

 취임 1주년을 맞은 김영나(61·사진) 국립중앙박물관장은 30일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3년간 서울대 박물관장도 지냈다. 하지만 고고학이나 고미술이 아닌 서양미술사 전문가인 그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된 건 파격이었다. 초대 국립박물관장인 김재원(1909~1990) 박사의 막내딸이라 ‘첫 부녀 관장’을 기록했다는 데 초점이 맞춰지면서 그의 이질적인 전공은 다소 희석됐다. 김재원 관장이 25년간 재직하는 동안 그는 아버지가 일하는 모습, 육영수(1925~1974) 여사가 박물관에 와서 공부하던 장면 등을 보며 ‘박물관 키드’로 자라났다.

 김 관장은 “운이 좋았는지 (취임) 1년간 모든 일이 다 잘 풀렸다”고 말했다.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있던 외규장각 의궤가 무사히 돌아왔고, 지난해 관람객도 약 330만 명을 기록해 2010년(305만 명)보다 증가했다. 그러나 그는 ‘양보다는 질’을 중시하는 편이다.

“박물관 전시기법이 약간 올드 패션이었어요. 전시실은 전부 붙박이에 허리 숙여 유물을 봐야 하고, 눈높이쯤엔 설명이 적혀있었죠. 1층 상설전시실부터 세계적인 추세에 맞춰 전시 기법을 바꿔나가고 있어요. 전시에도 디자인이 있어야 해요.”

 첫 시도로 지난해 말 구석기실을 개편했다. 관람객의 눈높이에서 유물을 볼 수 있도록 토기를 한쪽 벽에 올려놓고, 주먹도끼도 공중에 띄웠다. 금관과 반가사유상이 있는 방은 네덜란드의 유명 디자이너에게 맡겨 실험적으로 바꿀 계획이다.

 “이촌역에서 박물관으로 이어지는 지하 무빙 워크를 활용한 ‘무빙 뮤지엄’도 10월 개장해요. 이노디자인 김영세 대표가 참여하고, 출입구 캐노피는 국립중앙박물관을 설계한 건축가 박승홍씨가 맡아 통일성을 부여할 겁니다.”

  파스타와 스테이크를 팔던 거울못 레스토랑은 플라자 호텔이 운영하는 고급 한식당으로 바꿀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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