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대회 심사 결과 믿기 어려워서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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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가 미미하긴 하지만 국내에 에인절 투자는 있다. 그렇다면 왜 상당수 창업경진대회 수상자들은 투자를 받지 못하는 것일까. 벤처캐피털 대표 A씨는 “정부나 공공기관이 주최하는 창업경진대회 심사 결과를 크게 신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수차례 창업경진대회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그는 이렇게 경험담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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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업성만 따져 상을 주는 게 아니다. 1차 심사 결과를 놓고 수상자 중에 청년 숫자가 적으니 더 늘려야겠다는 등, 수상자 지역 안배를 해야 한다는 등 별별 얘기가 다 나온다. 이런 목소리에 밀려 1차 심사 결과가 바뀌는 게 예사다. 그러니 상을 받았다고 하는 사실만으로 에인절 투자자들 눈에 들어올 리 없다. 심지어 실력 있는 수상자들까지 도매급으로 넘어가 에인절 투자자들이 돌아보지 않게 됐다. 창업 경진대회 수상이 투자로 이어지게 하려면 철저히 ‘사업성’만으로 심사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심지어 뛰어난 아이디어가 보이지 않을 경우 수상자를 내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창업 경진대회의 수준이 높아지고, 이에 따라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게 되는 식의 선순환이 이뤄진다.”

 국내 소수 에인절 투자자 중 하나인 B씨는 “청년 창업 경진대회 심사위원들과 국내 에인절 투자자 사이에 눈높이 차이가 크다”고 했다. 에인절 투자자들이 NHN·엔씨소프트 정도는 아닐지라도 어느 정도 ‘대박’을 안겨줄 투자 대상을 찾는 반면, 창업 경진대회 수상 팀들은 이런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요즘 정부는 청년 취업난 해소에 급급해 동네 식당처럼 근근이 꾸려가는 ‘생계형 창업’을 쏟아내려는 것 같다”며 “이래선 에인절 투자 가뭄을 해소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장정훈·채승기·김경희·노진호·이가혁·하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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