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격] 여자공기소총 `무명반란' 세번째

중앙일보

입력

올림픽 첫 금메달이 걸린 사격 여자공기소총에서의 `무명선수반란' 이변이 시드니에서도 여전히 이어졌다.

첫 금메달에 대한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16일 여자공기소총에서 우승한 낸시 존슨(26.미국) 역시 누구도 금메달을 예상치 못했던 평범한 선수여서 `올림픽공기소총 금메달리스트는 무명선수'라는 묘한 등식이 아예 전통으로 자리잡았다.

그녀가 국제대회에서 올린 최고성적은 올해 밀라노월드컵에서 거둔 4위가 고작.

지난해부터 월드컵에서 4번이나 정상에 오른 자오잉휘(중국), 98세계선수권자 소냐 파일쉬프터(독일) 등 강자들이 즐비한 이 종목에서 그녀가 정상에 오른 것은 `이변'중의 이변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이변은 92년 한국사격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된 무명의 여고생 여갑순이 강력한 금메달 후보 베셀라 레체바(불가리아)를 제치고 정상에 오르면서 시작돼 3회째 계속됐다.

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도 스탠더드 소총 3자세가 주종목인 레나타 마우어(폴란드)가 우승후보 김정미, 낸시 나폴스키가 예선탈락한 사이에 금메달을 따냈다.

이같은 현상은 첫 금메달이 걸린 종목이라는 상징적 의미에 집착한 각국의 유별난 관심이 심리적 안정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사격에서 유망선수들에게 엄청난 심적부담으로 작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각종 세계대회를 석권하고도 올림픽에서만 무관에 그친 레체바는 92년올림픽 당시 "올림픽금메달에 집중되는 국가적인 기대를 감당하기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금메달후보 1순위로 꼽혔던 자오잉휘가 어이없이 결선에도 오르지 못한 것 역시 그런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한 사격인은 이 `무명반란'에 대해 "우리선수가 다음 올림픽에서 정상을 탈환하기 위해서는 대회를 앞두고 쏟아지는 각계의 관심으로부터 선수를 적절하게 보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시드니=연합뉴스) 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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