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 방통위원장 전격 사퇴 왜 … 최측근 정용욱에게 검찰 압박 세지자 결심한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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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억원대 횡령 혐의로 구속된 김학인 한국방송예술교육진흥원 이사장(가운데)이 지난 3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두하고 있다. 김 이사장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정용욱씨에게 2억원대의 로비를 한 의혹을 받고 있다. [뉴스1]

최시중(75) 방송통신위원장이 27일 전격 사퇴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가장 큰 이유로는 방통위 내 최측근으로 꼽혔던 정용욱(50) 전 정책보좌역에 대한 검찰의 압박이 강해지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여야의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최근 추가로 의혹이 불거진 ‘방통위 돈봉투 사건’도 결심을 굳히는 계기가 됐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최 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사퇴는 검찰 수사에서 어떤 혐의가 나와서라기보다는 조직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하 직원이 금품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언론에 크게 보도돼 방통위 조직 전체가 자긍심에 큰 상처를 입었지만 지금까지 별다른 혐의가 나오지 않았다는 언론보도를 봤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직이 외부의 부당한 공격을 당하거나 주요 정책들이 발목을 잡혀선 안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사퇴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동남아시아에 체류 중인 정씨는 한때 측근을 통해 설 연휴 직후에 귀국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정씨 관련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도 줄기차게 귀국을 종용해 왔다. 그러나 정씨는 설 연휴를 거치면서 생각을 바꾼 것 같다고 여권 고위 관계자가 전했다. 지금 귀국할 경우 사실 이상으로 자신이 공격 당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는 설명이다.

 검찰에 따르면 정씨는 김학인(49·구속) 한국방송예술교육진흥원(한예진) 이사장으로부터 2억원대 로비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2009년 9월 교육방송(EBS) 이사 선임과 관련해서다. 검찰은 지난주 돈 전달 과정에 개입한 의심을 사고 있는 김 이사장의 지인인 여의사 임모씨를 소환조사했다.

방통위는 이와 관련해 “공모 절차 후 전체회의 의결을 거쳐 EBS 이사를 선임했기 때문에 금품수수는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검찰은 당사자를 조사해 봐야 사실관계를 확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 김 이사장은 “로비와 관련해 입을 다물고 있다”고 검찰 관계자가 전했다. 하지만 그가 심경 변화를 일으켜 입을 열 경우 최 위원장 측근 인사들로까지 불똥이 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씨가 최 위원장의 최측근인 데다 재직 시 각종 이권에 개입했다는 여러 증언이 확보돼 있어서다. 실제로 검찰은 김 이사장이 2007년께 정계 진출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한예진 건물 근처의 호텔에서 한나라당 소속 의원과 수차례 만나 돈을 줬다는 단서를 잡고 수사 중이다.

정씨는 또 케이블 텔레비전 채널 배정, 차세대 이동통신용 주파수 할당 등과 관련해 이해관계가 있는 일부 대기업으로부터 수억원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도 받고 있다. 사실상 방통위의 대내외 민원창구 역할을 맡았다는 얘기도 나온다.

 더욱이 지난 26일엔 2009년 미디어법 통과 직후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소속 의원들에게 돈봉투가 전달됐으며 그 당사자가 정씨라는 의혹도 불거진 상태다. 이에 따라 정씨에 대한 검찰 조사가 어떻게 흘러가느냐에 따라 정·관계 인사들이 줄줄이 사법 처리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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