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풍선효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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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금융당국이 은행의 가계대출을 조이자 저축은행·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 한 곳을 누르면 다른 곳이 튀어나오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신용카드 사용액도 증가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가계 빚이 여전히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남아 있다는 뜻이다.

 지난해 6월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연착륙 종합대책을 내놓으면서 전체 가계대출 증가세는 한풀 꺾였다. 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6~8월 월평균 0.8% 늘었던 가계대출은 9~11월엔 월평균 0.6%로 증가율이 다소 낮아졌다.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은행 가계대출의 증가율이 같은 기간 월평균 0.6%에서 0.4%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축은행 가계대출을 들여다보면 사정이 다르다. 여전히 월평균 2%대의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엔 증가율이 3%를 훌쩍 넘겼다. SK증권 윤원태 연구원은 “가계대출이란 폭탄의 뇌관이 은행에서 저축은행으로 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전체 가계대출에서 비은행권이 차지하는 비중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으로 가계대출의 비은행권 비중은 28.8%다. 1년 전에 비해 1.6%포인트가량 높아졌다. 늘어난 비중을 액수로 계산하면 약 10조원이다. 비싼 이자를 무는 제2금융권 대출 비중이 늘어나면 가계의 빚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통계 기준이 다르긴 하지만 금융위원회 집계에서도 지난해 은행 가계대출이 5.6%, 비은행권은 9.1%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은행 5.4%, 비은행권 6.9% 증가)보다 차이가 더 벌어졌다.

 좀처럼 줄지 않는 신용카드 사용액도 문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신용카드 이용액은 558조1000억원으로 한 해 전보다 40조7000억원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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