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게 상책(上策)이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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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4호 29면

새는 게 상책(上策)이다
새지 않으면 소리가 되지 않는다 음악이 되지 않는다 노래가 되지 않는다 구멍으로 새어야 소리가 된다 막히면 끝장이다 한 소식도 들을 수 없다 새는 게 상책(上策)이다 새지 않으면 사랑도 되지 않는다 몸을 만들지 못한다 새끼를 만들지도 못한다 막히면 끝장이다 새는 게 상책(上策)이다 달도 뜨지 않는 그런 여자 하나가 바다가 출렁대지도 않는 그런 여자 하나가 오지도 않는 보름살이 떼를 부르며 슬피 울고 간다 새는 게 상책(上策)이다
※보름살이 떼: 미당(未堂) <영산홍(映山紅)>



정진규
1939년 경기도 안성 출생.1960년 시 '나팔서정'으로 등단. 1998년 한국시인협회 회장 추대. '한국시인협회상' '월탄문학상' '공초문학상' 등 수상. 시집 <마른 수수깡의 변화> 등 다수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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