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오픈] 이형택 선전..세계테니스 지각변동 조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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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택의 메이저 본선 16강 진출', '비너스의 무적 행진', '사핀의 혜성같은 등장'

올해 US오픈테니스대회는 비너스 윌리엄스(미국)가 앞으로 새로운 여자테니스 최강으로 군림하게 될 것임을 예고했고 마라 사핀(러시아)이 피트 샘프라스(미국)를 꺾고 첫 메이저 타이틀을 차지해 세계테니스계에 지각변동 조짐이 나타났다.

그러나 한국테니스팬들에게 무엇보다 화제가 된 것은 이형택(삼성증권)이 우리남자선수로는 처음으로 메이저대회 16강까지 올라 톱랭커인 샘프라스와 당당하게 맞대결을 벌였다는 사실.

대회 시작 전 세계랭킹 182위에 올라있던 이형택이 예선을 통과해 본선에 오를 때까지만 해도 아무도 그의 선전을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

감독이나 본인마저도 1회전 탈락을 염두에 두고 경기에 임했지만 자신보다 랭킹이 훨씬 높은 선수들을 완벽하게 제압하고 16강이 겨루는 4회전까지 오르자 우리뿐만 아니라 세계테니스계의 관심이 이형택에게 쏠렸다.

비록 4회전에서 샘프라스에게 아깝게 패해 실력의 차이를 절감했지만 테니스관계자들과 세계 유수 언론들까지 이형택의 장래가 촉망된다고 극찬하는 분위기여서 앞으로도 세계무대에서의 활약이 기대된다.

`이형택 돌풍'을 잠재우고 결국 결승까지 오른 샘프라스는 최다 기록인 14번째메이저 타이틀을 노렸지만 무한한 가능성과 재능을 지닌 '신예' 사핀에 완패했다.

그동안 샘프라스는 위력적인 서비스 하나만으로도 잔디와 하드코트에서 무적으로 군림해왔지만 사핀은 속도와 스핀에서 오히려 그를 능가하는 서비스를 구사했고 특유의 양손 백핸드 스트로크는 위기 때마다 엄청난 파괴력을 발휘했다.

비록 생애 첫 준결승 진출에 만족하긴 했지만 호주의 '테니스 신동' 레이튼 휴위트도 기존의 강자들을 모두 따돌려 사핀, 마그누스 노르만(스웨덴) 등과 함께 남자테니스 판도에 곧 변화가 있을 것임을 예고했다.

이는 샘프라스, 안드레 아가시(미국), 패트릭 라프터(호주) 등 기존 강자들의 퇴조와도 맞물려 있다.

여자부에서는 최근 세계여자테니스 판도를 뒤흔들고 있는 윌리엄스 자매 중 언니 비너스가 앞으로 마르티나 힝기스(스위스), 린제이 데이븐포트(미국)의 양강 구도를 종식시킬 기세다.

비너스는 윔블던에서 생애 첫 메이저 타이틀을 차지한 이후 이번 대회까지 사상최다기록인 5개 대회 연속 우승과 26연승 기록을 이어가는 '검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도 남자선수를 무색케 하는 강서브와 빠른 몸놀림으로 만나는 상대마다 압도적인 경기를 펼쳐 '제2의 나브라틸로바' 탄생을 알렸다.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비너스는 올림픽 단식 금메달이 가장 유력한 선수로 꼽힐뿐 아니라 누가 그의 연승 행진을 저지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최대 관심사가 됐다.

숱한 이변과 화제를 탄생시키며 막을 내린 이번 대회는 '새 밀레니엄'을 마무리하는 메이저대회라는 의미에 걸맞게 앞으로 더욱 새로운 스타들이 등장해 팬들을 즐겁게 해 줄 것을 약속하는 자리가 됐다.(서울=연합뉴스) 이승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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