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 (11) 스베틀라나 호르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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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에 들어선 키 164㎝의 여자 기계체조선수...

남자의 경우 한국의 여홍철(29), 이주형(27) 등 20대 후반에도 높은 수준의 기량을 자랑하는 선수들이 있지만 여자 기계체조는 주로 10대 스타들의 경연장이었다.

또한 150㎝가 채 안되는 작은 체구의 선수들이 나비처럼 플로어를 날아다니는 것이 여자체조에 대한 일반인들의 통념이다.

러시아의 체조여왕 스베틀라나 호르키나(21)는 여자체조선수를 둘러싼 두가지 `고정관념'을 조롱하며 시드니에서 다시 한번 `왕별'로 떠오를 참이다.

96년 애틀랜타올림픽 이단평행봉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월드스타의 반열에 오른 호르키나는 97년, 99년 세계선수권과 94, 96, 98, 2000년 유럽선수권을 독식한데서 보듯 이단평행봉에서는 경쟁자가 없는 절대강자다.

4살때부터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체조에 입문한 호르키나의 `힘'은 무엇보다 콤플렉스를 `경쟁력'으로 바꿔놓은 창의력과 뛰어난 표현력.

큰 체격 때문에 섬세한 동작을 만들기 어려울 것이라는 보통사람들의 생각과는 정반대로 그녀는 크고 시원한 자신만의 동작을 만들어 냈고 거기에 빼어난 미모가 더해지면서 연기의 예술성을 극대화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이단평행봉 연기 중 아랫봉에서 몸을 비튼채 날아오르며 윗봉을 잡는 동작은 호르키나의 표현력이 집약된 것이기에 다른 선수들이 좀처럼 흉내낼 수 없는 연기다.

97년 토플리스 차림으로 러시아판 플레이보이지 모델로 등장, 러시아인들을 경악케한 `사건'도 어쩌면 그녀 안에 내재한 표현에 대한 강렬한 욕구때문인지 모른다.

호르키나는 지난해 톈진선수권에서 개인종합 12위에 머물러 `한물갔다'는 평가를 받은 뒤로 매일 7시간 이상의 강도높은 훈련을 거듭해 결국 5월 유럽선수권에서 개인종합, 단체, 이단평행봉, 평균대를 석권하며 4관왕에 오른 의지의 화신이기도 하다.

어쩌면 마지막 올림픽이 될지 모르는 이번 대회에서 호르키나의 목표는 이단평행봉 2연패에 그치지 않는다.

그녀는 68년 멕시코올림픽에서 26세의 나이로 우승한 베라 카슬라브스카야 이후 32년 만에 20대의 나이로 올림픽 개인종합정상에 오르는 한편 루마니아, 미국 등 라이벌들을 제치고 러시아에 단체전 금메달을 선사하겠다는 의지에 불타고 있다.

그녀의 호적수는 코마네치의 후예라 불리는 루마니아의 마리아 올라루(18).

호르키나는 지난해 톈진 세계선수권 개인종합과 단체전을 석권하며 혜성처럼 등장한 올라루와 개인종합은 물론 단체전에서도 양국의 에이스로서 불꽃튀는 자존심대결을 벌일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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