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가 교만을 낳는다

중앙일보

입력

CEO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밝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화려한 자리지만 그만큼 어려운 위치이기도 하다.

CEO에 오르는 순간은 누구보다 주목받지만 하루하루 결판나는 냉정한 실적 앞에 단숨에 목이 날아갈 수도 있는 아슬아슬한 자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베인앤컴퍼니.오라클을 거쳐 경영컨설팅 회사 테이블그룹 회장을 맡고 있는 패트릭 렌시오니가 쓴 'CEO가 빠지기 쉬운 5가지 유혹' 은 CEO를 성공으로 이끄는 방법을 담고 있는 책이다.

내용은 제목처럼 아주 간단하다.

CEO가 빠지기 쉬운 5가지 유혹을 극복하기만 한다면 CEO로서의 역할을 훌륭하게 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한가지 독특한 점은 다른 경제경영서가 하듯 딱딱한 경제용어를 써가면서 설명하는 대신 우화를 통해 독자가 자연스럽게 유혹을 극복하는 방법을 깨닫게 한다는 것이다.

내일이면 승진한지 꼭 1년을 맞는 트리니티사의 CEO 앤드류가 우화의 주인공. 실적이 형편없는 상황에서 내일 열릴 이사회에 가야하는 처지가 기가 막힌 앤드류는 귀가길 지하철에서 경비원으로 보이는 노인 찰리를 만난다.

평소같으면 무시했겠지만 이날은 어쩐일인지 자꾸 그와 얘기하고픈 유혹을 받는다.

한 기업 CEO라는 앤드류의 소개에 찰리는 몇 가지 질문을 던지며 CEO의 다섯 가지 유혹을 설명한다.

'언제를 생애 최고의 날로 기억하느냐' 고 묻는 찰리의 질문에 앤드류는 CEO에 올랐던 1년전이라고 답한다.

대답을 들은 찰리는 바로 앤드류가 첫번째 유혹에 빠져있다고 얘기한다.

실적을 올리는 것보다 어떤 자리에 올랐을 때를 최고의 날로 기억하고 있는 사람은 자신의 지위를 유지하고자 하는 첫번째 유혹에 빠져 있기 때문에 일을 그르친다는 것이다.

첫번째 유혹을 극복하는 CEO도 종종 실패한다. 인기를 유지하고 싶은 두번째 욕망 때문이다.

아랫사람에게 지시할 때도 또 책임을 물을 때도 의사를 명확하게 표시하지 않고 우물쭈물대곤 한다.

하지만 찰리는 호감이 아니라 존경을 받을 목적으로 일하라고 충고한다. 다음 유혹으로는 틀린 결정을 내려서는 안된다는 생각, 조화에 대한 갈망, 자신에게 대드는 것을 용납하고 싶지 않은 욕망이다.

CEO가 아닌 입장에서는 와닿지 않는 부분도 없지 않지만 책 서두를 장식한 많은 많은 CEO들의 추천사에서 그들 역시 그런 유혹에 빠졌었다고 고백하는 걸 보면 CEO나 CEO자리를 노리는 사람들에게는 꽤 유용한 책인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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