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 블랙아웃에 놀랐나 … 미 의회 인터넷 규제 멈칫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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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지적재산권보호법안(PIPA)과 온라인도용방지법안(SOPA)에 항의하는 ‘온라인을 점령하라(Occupy Online)’ 시위가 미국 의회를 거세게 압박하고 있다. 일부 의원이 이미 법안 지지 의사를 철회한 데 이어 다른 의원들도 동요하고 있어 24일(현지시간) 상·하원 표결이 예정대로 진행될지 주목된다.

 19일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 등 외신에 따르면 로이 브런트(공화) 등 의원 18명이 네티즌 및 유권자의 항의로 인해 지지 의사를 철회했다. 이들 가운데 브런트 등 7명은 법안을 공동 발의했던 의원들로 파악됐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14명의 공화당 상원의원이 지지를 철회했고, 민주당 상원의원 7명도 법안에 대해 유보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전날 세계 최대 온라인 사전 위키피디아가 ‘24시간 블랙 아웃(서비스 중단·사진)’으로 사이버 시위를 주도한 것과 맞물려 이뤄졌다. <본지 1월 18일자 15면> 이날 구글도 검은 로고로 항의 표시를 하는 등 미국에서만 5000개 이상의 사이트가 서비스 중단 및 항의 배너 달기에 동참했다. 구글이 벌인 인터넷 청원운동에는 700만 명 이상이 서명한 것으로 집계됐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페이스북은 SOPA와 PIPA에 반대하며, 인터넷을 해치는 어떤 법에도 계속 반대한다. 오늘날 세계에는 인터넷 친화적인 정치 지도자들이 필요하다”고 썼다.

 반대자들은 오프라인에서도 세를 과시했다. 뉴욕에서는 수백 명의 시위대가 찰스 슈머(민주)와 커스틴 길리브랜드(민주) 상원의원 사무실 앞에서 항의시위를 했으며, 샌프란시스코에서도 피켓시위를 벌였다.

 미 언론들은 네티즌 시위가 의회를 압박해 정치적 입장을 번복시킨 데 주목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NYT)는 “올드 미디어와 연합한 영화·음반업계의 로비가 인터넷과 웹사이트 행동파에 밀렸다”면서 “이로 인한 메시지는 이렇다: 인터넷을 건드리지 마라”고 썼다. 이번 법안과 관련해 전통적 정치 대립구도가 무너졌다는 것도 이채롭다. WSJ는 “통상 대립각을 세웠던 미 상공회의소(USCC)와 노조가 나란히 (법안) 지지 의사를 보인 반면 좌우파를 가리지 않고 법안에 반대하는 의견도 상당수였다”고 전했다. 특히 민주당 쪽이 복잡하다. 전통적으로 민주당의 후원세력이었던 할리우드와 노조는 법안을 통과시키라고 압박하지만, 대선을 앞둔 오바마 행정부는 실리콘밸리와 IT 업체의 의견을 반영해 법안에 대해 사실상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이날 세계 최대 파일공유 사이트 중 하나인 메가업로드(Megaupload)닷컴이 불법 다운로드 조장 등의 혐의로 기소돼 사이트가 폐쇄됐다. 로이터통신 등은 메가업로드 설립자인 독일 출신 킴 닷컴(Kim Dotcom) 등 간부 4명이 미국 측 요청으로 뉴질랜드에서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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