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김동욱의 오리온스, 매서운 늦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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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프로농구 9위 오리온스의 ‘늦바람’이 매섭다. 오리온스는 최근 10경기에서 7승3패를 기록하며 힘을 내고 있다. 그 중심에는 이적생 김동욱(31·1m94㎝·사진)이 있다.

 김동욱은 지난달 2일 오리온스 김승현과 맞트레이드돼 삼성에서 오리온스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오리온스는 김동욱이 합류한 지 이틀 만에 탈꼴찌에 성공하더니 현재 진행 중인 정규리그 5라운드에서 3승1패로 상승세다.

 김동욱이 합류하기 전 오리온스는 크리스 윌리엄스의 원맨팀이나 다름없었다. 추일승 오리온스 감독은 “윌리엄스와 2대2 플레이가 가능한 국내 선수 한 명만 있어도 좋을 텐데”라며 한숨을 쉬었다. 오리온스는 경기를 풀어가는 가드가 약한 데다 최진수·이동준·허일영 등 포워드들은 동료를 이용하는 2대2 플레이를 잘 수행하지 못했다.

 추 감독의 고민은 김동욱이 합류하면서 풀렸다. 김동욱은 ‘호화 군단’ 삼성에 있을 때는 수비와 슈팅 등 비교적 단순한 역할을 수행했다. 그러나 오리온스에서는 이런 역할 외에 경기를 풀어가는 플레이 메이커 노릇도 함께 한다. 김동욱은 삼성에서 치른 17경기에서 평균 어시스트 2.8개였다가 오리온스에서 평균 4.7개를 기록 중이다. 특히 윌리엄스와는 “눈빛만 봐도 통하는 사이가 됐다”고 했다.

 김동욱 덕분에 새내기 최진수의 수비 부담도 줄었다. 최진수는 공격력과 근성이 뛰어나지만 수비가 약해 시즌 초반 눈에 띄는 활약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김동욱의 합류 이후 맹활약을 거듭하며 ‘수퍼 루키’ 대열에 합류했다.

 김동욱-최진수-윌리엄스의 삼각편대는 강팀을 상대로도 힘을 발휘한다. KGC인삼공사(2위)는 지난달 말 오리온스에 발목을 잡혀 시즌 최다연승(9연승) 달성에 실패했고, KCC(4위)는 오리온스전 3연패를 기록 중이다. 선두 동부도 오리온스를 상대로 쉬운 경기를 하지 못한다.

 오리온스는 8위 LG를 2경기 차로 바짝 추격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6강 싸움에 합류할 가능성이 큰 데다 언제든지 상위팀을 잡을 수 있는 ‘고춧가루 부대’로서 후반기 프로농구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김동욱은 “포기는 없다. 아직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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