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의 ‘여자는 왜’] 펑펑 울다가도 미소 짓는 여자는 ‘완벽한 미스터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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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조현
소설가『누구에게나 아무것도 아닌 햄버거의 역사』 저자

“여자다. 정말로 완벽한 미스터리.” 얼마 전 한 천재 과학자가 이렇게 말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70회 생일을 맞은 스티븐 호킹의 얘기다. 권위 있는 과학저널과의 인터뷰 도중 “요즘 가장 많이 생각하는 게 무엇인가”란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고 한다. 물리학에 대한 심오한 이론을 기대하고 던진 질문에 대한 대답치고는 매우 드라마틱하다.

 맥락은 다르지만 후배 L 역시 비슷한 소감을 내비친 적이 있다. 언젠가 노환으로 돌아가신 친지의 하관식을 지켜본 적이 있었는데 상복을 입은 그네 딸들, 애절하게 곡을 하다가 상조업체 직원과 통화할 때는 거짓말처럼 울음을 그치고 지극히 사무적으로 조목조목 얘기하더란다. 물론 통화 후에는 구슬프게 다시 곡을 시작하고. 그런데 그 슬픔에 진심이 담겨 있어 무척 경이로웠다는 것이다. “미스터리였죠. 어쩌면 그렇게 분위기가 순식간에 바뀌던지.”

 내 생각으론 여자들 안에는 여러 명의 배우가 있는 것 같다. 일테면 여자들이 남자 앞에선 펑펑 울다가도 돌아서면 씩 웃기도 한다는 ‘괴기담’은 살면서 가끔 듣고 있다. 사실 몇 번은 직접 목격도 했다. 물론 오싹하다. 어디 그것뿐인가. 가족에게는 수더분할 아주머니가 지하철에 빈자리가 날 때는 전혀 다르게 행동하기도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여자들이 연기하는 그 모든 역할은 모두 진심인 것 같다. 상황이 이러니 남자가 여자와 감정다툼을 해서 도대체 이길 리가 없는 거다. 그러니 남자는 자신의 평온과 지구의 안녕을 위하여 여자의 모든 표정을 존중해줘야 할 것 같긴 하다. 그러면 아마도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문제의 절반은 줄어들 것이다. 에너지 위기나 온난화, 혹은 핵 확산이나 유전자조작식품의 문제는 그 다음이다.

 그건 그렇고 여자에 비해선 약과지만 남자도 두셋 정도의 배우를 품고 있긴 하다. 일테면 평소엔 얌전하던 남자가 러시아워에 운전대를 잡을 때, 혹은 여자친구나 가족에게 운전을 가르쳐줄 때, 친구나 직장동료 앞에서 술값을 계산할 때. 이럴 땐 여자도 남자가 미스터리일 거다. 그것 참 쌤통이다.

조현 소설가· 『누구에게나 아무것도 아닌 햄버거의 역사』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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