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적 모금 수단 출판기념회 … 12년간 한번도 안 연 정장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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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정장선 의원

출판기념회는 정치인들이 음성적으로 돈을 모으는 최고의 방편이다. 정치자금법에 의해 엄격히 규제되는 후원금과 달리 책값으로 얼마를 받아도 상관없고, 이를 선관위에 보고할 의무도 없다. 그러니 출판기념회를 하지 않는 정치인을 찾기가 매우 어렵다.

 민주통합당 정장선(평택을·3선) 의원은 그러나 12년 의원 생활을 하는 동안 한 번도 출판기념회를 열지 않았다. 여의도 정가에서 아주 희귀한 예다. 정 의원은 18일 “돈을 모으기 위해 책을 낸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책을 펴내는 다른 의원들을 비난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전제한 뒤 “맨날 싸우기 바쁜 국회와 그 속에 있는 나 자신의 모습을 담은 책을 내기가 부끄러웠다”고 설명했다.

 정 의원은 재력가가 아니다. 신고 재산이 3억9000여만원으로, 의원 재산순위 중 최하위권이다. 후원금을 충분히 받지도 못했다. 정 의원은 “초선 때는 빚까지 져가며 간신히 연명했지만, 후원금을 내달라고 손 벌리기엔 내가 한 일이 너무 민망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말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출마할 경우 당선이 유력하다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정 의원은 “국회의원을 그만둔 뒤 내 이야기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펴낼 것”이라며 “시골 시장의 조그만 행상 할머니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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