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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덴만 쾌거 1년-테러 대비 능력 강화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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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최진태
한국테러리즘연구소장

21일은 ‘아덴만의 여명’ 작전 성공 1주년이 되는 날이다. 당시 우리 군은 삼호주얼리호를 납치한 해적들을 상대로 전 세계 대(對)테러전사에서도 찾기 힘든 완벽한 성공을 거두었다. 해적 8명을 사살하고, 5명을 생포했으며, 선원 전원을 구출했다.

 이 작전은 새로운 안보 위협에 대한 우리 정부의 단호한 의지, 군의 우수한 작전 능력, 정보 당국의 정보수집 능력, 언론의 협조, 그리고 국민적 지지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우리를 얕잡아 보던 세력들에게 엄중한 경고가 됐을 것이다. 천안함·연평도 사건 등으로 어려움을 겪던 국민에게 그 세력이 누구이든지 간에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는 도전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자신감도 큰 소득이었다.

 우리는 현재 냉전시대와는 다른 새로운 안보위협에 직면하고 있다. 해적 행위와 테러가 대표적 사례다. 우리 선박의 안전 운항을 위협하는 해적집단이 국제테러조직과 연계할 가능성이 크다는 경고와 지난해 오사마 빈 라덴 사망 후 더욱 높아진 테러위협 등을 감안해 포괄적 안보 차원에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특히 북한의 김정일 사망과 함께 우리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이런 상황을 맞고 있는 우리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신(新) 안보위협 관리시스템의 구축이다. 이를 위해 우선 법적 토대부터 갖춰야 한다. 해적 행위의 경우 유엔 해양법협약에 의거한 보편적 관할권을 국내법으로 수용할 수 있는 규정이 미약하다. 테러대응 관련법 제정은 매번 무위에 그치고 국회에서 잠만 자고 있다. 해적 행위와 테러의 적극적인 예방·저지·차단을 위해선 해적 행위를 특정(特定)하는 단일 법률과 테러대응을 위한 기본법을 조기 제정해야 한다.

 그리고 국가정보원 등 정보 당국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신 안보위협에 대한 대응의 출발은 바로 정보다. 승리를 위해서는 위협의 실체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핵심이다. 김정일 사망 정보와 관련해 정보 당국에 대한 힐난이 있었다. 정보 당국의 손발을 묶어 놓고 우리가 그들을 비난할 자격은 있는지 자문해볼 필요도 있다. “정보활동에 필요한 작록백금(爵祿百金)을 아끼기 위해 정보활동이 지장을 받고, 위기를 초래하는 것보다 더 큰 악(惡)은 없다”고 했던 손자의 가르침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위협의 실체를 먼저 알려면 반드시 정보활동을 통해 수집, 분석 및 생산해야 한다. 이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정보활동에 필요한 인적·물적 자원에 대한 꾸준한 투자와 노력이 없다면 승리를 쟁취할 자격조차 없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도전의 파고에 대응하는 정부의 노력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격려는 큰 힘이 될 것이다. ‘아덴만의 여명’ 작전의 신화는 국민적 지지가 만들어낸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진태 한국테러리즘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