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인도 제3공장 건설 무기한 보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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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현대자동차는 16일 글로벌 생산기지 가운데 소형차 주력으로 꼽히는 인도에 제3공장을 건설하는 계획을 무기한 보류키로 했다. 인도에서 승용차 부문 시장점유율 2위를 유지하면서 지속적으로 생산물량을 늘려오는 가운데 내려진 조치여서 주목된다.

 지난해 말 현대차그룹이 발표한 올해 투자계획에서도 이 같은 사실이 뒷받침됐다. 올해 9조원을 시설부문에 투자하는데, 이 중 광주공장 증설에 2조원을 투입하기로 하는 등 해외보다는 주로 국내 생산기지에 투자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그럼에도 인도 제3공장 증설계획이 보류된 것은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실제 인도는 현대차의 소형차 글로벌 생산기지로서 마루티스즈키에 이어 시장점유율 2위를 달렸다. 현재 인도 첸나이 1·2공장에서는 상트로·엑센트·베르나·쏘나타·싼타페·i10·i20·이온(EON)을 연간 60만 대 규모로 생산 중이다. 이 때문에 주력차종인 i10과 i20의 판매가 순조롭고 초경차 이온까지 내놓으면서 제3공장 증설이 예상됐다.

 이와 관련해 첸나이가 있는 타밀라두주를 제외한 다른 주들은 제 3공장 유치를 위해 여러 유인책을 쓰며 주력해 왔다. 그중에서도 인도 대도시인 뭄바이·델리와 접근성이 뛰어난 구자라트주가 가장 적극적으로 나섰다. 현대차로서도 첸나이 1·2공장의 경우 종종 노조파업이 발생해 적지 않은 고민이었다. 이에 비해 구자라트주는 노동자 중재에 적극 나서고 도로와 전기 등 다양한 인프라 제공을 약속하면서 현대차의 귀가 솔깃했다.

 최근 인도에서 우리나라 이미지가 나빠지면서 3공장 건설을 보류했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해 9월 800㏄급 경차 EON을 600만원대에 출시해 4개월 동안 2만7000여 대를 팔았지만, 올 들어 인도 포털사이트의 각종 게시판에는 “EON에 5명을 태우고 에어컨을 켜면 약간의 경사도 못 올라가고 엔진이 꺼진다”는 말이 퍼지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7월엔 첸나이 인근에서 한국인이 경영하는 룸살롱이 경찰에 적발된 사실이 현지 언론에 보도됐다. 당시 이 술집은 첸나이 인근 호텔의 1∼3층을 빌려 20개 룸을 차리고 인도 북부 출신의 10대 소녀들을 접대부로 고용했다.

 현대차 인도법인 관계자는 3공장 증설을 무기한 보류한 배경에 대해 “올해 인도 시장에 대한 불확실한 전망 때문”이라며 “현재 생산량의 60%만 인도에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수요가 많아지면 수출물량을 돌리거나 한국에서 갖다 쓰면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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