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레이더] 외국인 움직임이 '가늠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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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시황 분석가들은 선뜻 장세를 전망하기 꺼린다.“외국인에게 물어보라”는 답변이 자주 나온다.

줄곧 매수 우위를 보이면서 버팀목 역할을 해온 외국인들이 지난주 후반 갑자기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주를 무더기로 내다파는 등 매도 우위로 돌아서자 증시는 큰 혼란에 빠졌다.게다가 선물시장 동향과 연계된 프로그램 매매의 위력이 커지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이 날로 증폭되고 있는 형국이다.

이로 인해 지난 한주 동안 거래소 시장은 5.2%나 내렸으며 코스닥시장도 활성화 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거래소 약세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결국 보합 수준에 그쳤다.

추석을 앞둔 이번주 증시도 뾰족한 상황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수급 기반이 워낙 취약한 만큼 외국인 매매동향이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다.

지난 주말 삼성전자 매도세가 수그러들면서 앞으로 외국인의 대량 매도는 없으리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또 선물시장에서 외국인의 투기적 거래가 두드러지고 있는 점도 현물시장의 불안요인이다.

14일로 다가온 선물·옵션 동시만기일(더블위칭 데이)의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한때 1조원에 달했던 매수차익 거래잔고가 현재 7천3백억원으로 줄기는 했으나 만기가 영업일 기준으로 5일밖에 남지 않아 프로그램 매물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7일의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콜금리를 인상하게 될지도 관심사다.
다만 인상하더라도 어느 정도 예상된 재료여서 증시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란 관측이 많긴 하다.

미국 증시의 상승세 속에 지난주중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약보합세에 머물고 대표적인 D램업체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12%나 급락한 점이 국내 반도체주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10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회의에서 원유 증산 합의가 도출될지 여부도 유가급등이라는 악재를 안고 있는 증시에 변수로 작용할 것 같다.

올 추석 이후에는 정부가 밝힌 스케줄대로 금융구조조정과 공기업 민영화 등이 본격화하면서 가라앉은 시장 분위기가 바뀔 것으로 기대된다.그러나 추석 직전까지는 하루 중 지수변동폭이 커지면서 줄타기 장세가 계속되리란 예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따라서 급변하는 시황을 따라가기 어려운 개인투자자들은 당분간 프로그램 매매대상인 지수 관련 대형주를 피하고 중소형 우량주를 중심으로 매매하는 게 위험을 줄이는 방법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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