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잉주 총통 재선 … 대만, 안정 택했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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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치러진 대만 총통 선거 개표 결과 승리가 사실상 확정된 국민당의 마잉주 총통이 두 손을 들어 환호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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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대 대만 총통선거에서 국민당 후보로 출마한 마잉주(馬英九·62) 총통이 차이잉원(蔡英文·여·56) 민진당 후보에게 압승을 거두고 4년 연임에 성공했다. 마 총통은 부인과 함께 14일 밤 타이베이 선거대책본부 앞에 모인 지지 군중에게 “우리가 이겼다”며 승리를 선언했다. 그는 “ 이것은 청렴·번영과 대만 평화 노선의 승리”라고 말했다.

대만 중앙선거위원회와 현지 뉴스전문 채널인 TVBS는 이날 오후 8시50분(현지시간) 현재 1350만 표가량을 개표해 마 총통이 51.5%(687만여 표), 차이잉원 후보가 45.7%(608만 표)를 각각 득표했다고 밝혔다. 중앙선거위원회는 90% 정도가 개표될 무렵 마 총통의 당선이 사실상 확정됐다고 발표했다. 제3후보로 나선 친민당의 쑹추위(宋楚瑜) 후보는 2.8%(36만 표)의 득표율에 그쳤다. 이날 선거엔 1800만 명의 유권자 중 1350만여 명이 참가했다.

2008년 총통선거에서 당선된 마 총통은 전임자인 천수이볜(陳水扁) 총통과 달리 친(親)중국 노선과 함께 경제 중시 노선을 펼쳐 대만 경제의 재도약을 추진해왔다. 대만은 2010년 중국과 체결한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일종의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해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경제 교류를 촉진했다. 그 덕에 2010년 대만의 경제성장률은 24년 만의 최고치인 10.8%를 기록했으며 지난해에도 세계적인 불황 속에서 4.6%의 성장세를 보였다.

이에 맞서 차이잉원 후보는 “마 총통이 대중 경제의존도를 높여 대만의 정체성을 훼손했으며 경제 성장의 혜택이 일부 계층에만 돌아가 양극화가 심화됐다”고 공격해왔다. 대중 의존도를 낮추려면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이 후보의 패배가 확실해지자 민진당 측 인사들은 “우리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큰 표 차이로 졌다”며 실망감을 표시했다. 지난 1월 초 실시된 여론조사에선 차이 후보가 36.5%의 지지율을 얻어 마잉주 후보를 3%포인트 차이로 바짝 추격하는 양상이었다. 차이 후보는 “지지자들의 성원에 보답하지 못해 죄송하다. 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민진당 주석직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마 총통은 선거 유세를 통해 ‘국정 안정론’을 내세웠다. 타이베이 시장과 총통 재임 경험을 살려 경제를 살리고 대만의 국제기구 가입 확대 등을 꾀하겠다는 것이다. 마 총통이 이번 선거에서 압승함에 따라 양안 경제 교류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마 총통은 그동안 “민진당 집권 시기에 대중국 관계가 긴장되고 경쟁력이 떨어지고 외교적으로 고립됐다”고 주장했다. 국민당은 중국 대륙에 진출한 대만 기업인들의 선거 참여를 적극 독려해 20만 명이 일시 귀국해 투표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통선거와 동시에 실시된 입법원(전체 113석) 의원선거에서도 오후 8시50분 현재 국민당이 지역구에서 48석을 얻었다. 민진당은 27석, 친민당이 1석, 무소속 후보가 1석을 확보한 상태다. 비례대표 선출을 위한 정당 득표율은 국민당 44%, 민진당 35.2%를 기록해 각각 16석과 13석을 확보했다.

마 총통의 압승에는 미국·중국의 보이지 않는 지원도 한몫했다. 중국에선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최대 치적 중 하나가 중·대만 경제통합의 기틀을 확립한 것이라는 평가가 있다. 미국 역시 천수이볜 정권 시절 ‘대만 독립론’을 둘러싸고 중국·대만·미국 사이에 팽팽한 긴장 상황이 계속된 것을 염두에 둔 듯 마 총통에 대한 암묵적 지지를 표명해왔다. 이번 선거는 올해 세계 50여 개 국가에서 실시되는 대선 가운데 첫 번째다.

이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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