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만 인구에 신병 13만 논산 … 영외면회 대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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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외면회제도가 전면 시행된 뒤 첫 번째 퇴소식이 열린 지난 4일 충남 논산시 연무읍 육군훈련소 입소대대 연병장에서 신병들이 가족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논산=프리랜서 김성태]

충남 논산은 대한민국 육군 신병 양성의 요람이다. 육군훈련소(논산훈련소)가 이곳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훈련소에는 연간 12만5000명의 장병이 입소한다. 논산시 인구에 육박하는 규모다. 하지만 논산은 1951년 훈련소 창설 이후 지금까지 60년이 넘도록 ‘군사도시’라는 이미지와 달리 훈련소 덕을 제대로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올해부터 국방부가 훈련병 영외(營外·외출)면회를 허용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육군훈련소 영외면회가 열린 11일 오후 2시 논산시 은진면 G찜질방. 평일인데도 찜질방 주차장(100여 대)이 승용차로 꽉 찼다. 찜질방은 훈련소에서 자동차로 5분 거리에 있다. 찜질방(1200㎡) 안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200명가량의 고객 대부분이 장병과 면회객이었다. 이들은 치킨 등 간식이나 음료수를 나눠 먹으며 안방에서 만난 것처럼 얘기꽃을 피웠다. 이곳에서 만난 백재훈(20) 훈련병은 “훈련소 밖 음식점도 찾고 찜질방에서 낮잠도 자니 군대생활에 활력이 생긴다”고 말했다. 찜질방 대표 이완호(50)씨는 “평소 고객이 거의 없는 평일에 면회객이 몰려와 영업에 큰 도움이 된다”며 활짝 웃었다.

박재훈 훈련병(왼쪽에서 둘째)이 11일 육군훈련소 퇴소식을 마치고 면회 온 가족들과 시내 한 찜질방을 찾았다. 박 훈련병이 할머니 정남진씨의 어깨를 주무르고 있다. [논산=프리랜서 김성태]

 이날 찜질방에서 북쪽으로 10㎞쯤 떨어진 탑정저수지 생태공원에도 장병과 면회객 등 50여 명이 찾았다. 커피숍에서 차를 마시며 저수지에 날아온 철새를 구경했다. 아들을 면회 온 박용훈(49·경기도 포천시)씨는 “훈련소 주변 관광까지 하니 아들 표정이 밝아졌다”고 말했다.

 영외면회제는 신병 훈련소가 있는 전국 35개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국방부가 지난해 말 12개 훈련소에서 시범실시하던 영외면회제를 올해부터 화천·철원·창원 등 사단별 소규모 신병교육대를 포함해 전국 35개 신병훈련소로 확대했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지자체와 국회 국방위원들의 요구로 병사들의 사기 진작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감안한 결과”라며 “접경지역 주민과 병사들의 반응이 매우 좋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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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가운데 국내 최대 규모인 논산 육군훈련소는 매주 수요일 영외면회가 실시된다. 지난해 다섯 차례 시범실시에 이어 올해는 이날 두 번째로 열렸다. 매번 1200∼1300명의 장병이 면회를 한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6시간 동안 외출이 허용되는 것이다. 논산훈련소 유철상 정훈공보참모는 “장병과 면회객, 지역 모두 영외면회제를 반기고 있다”고 말했다. 훈련병 면회제는 1954년 도입된 뒤 면회로 인한 비리 발생, 강한 군인 만들기 등의 이유로 중단과 재개를 반복했다.

 영외면회가 성사되기까지는 황명선(민주당) 논산시장의 노력이 컸다. 2010년 7월 취임한 그는 지역의 가장 큰 자산인 육군훈련소 활용 방안을 고민했다. 장병과 면회객 등 연간 100만 명이 넘는 외지인이 논산을 찾지만 지역에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황 시장은 “자체 설문조사 결과 면회객 1인당 평균 소비액이 10만원가량으로 파악되면서 국방부와 국회를 찾아 영외면회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고 말했다. 관내 음식점(1700곳)·숙박업소(80곳) 업주와 직원을 상대로 10여 차례 친절교육도 했다. 숙박업소 대표들은 ‘바가지요금 안 받기’ 자정 결의로 화답했다.

 논산시는 영외면회제와 연계한 관광산업 활성화를 추진한다. 지역 관광자원인 탑정저수지 주변을 개발하고 음식점과 숙박업소에서는 훈련병과 면회객에게 요금을 10% 이상 할인해주고 사진 촬영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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