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자연보호헌장 “소나무 함부로 베지 마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2면

1970∼80년대 초·중·고 교정에는 ‘자연보호헌장 기념비’라는 것이 세워져 있었다. 자연을 보호하자는 다짐을 담은 헌장이다. 이런 자연보호헌장처럼 600년 전 조선시대의 자연보호 정책을 엿볼 수 있는 송금비(松禁碑:소나무 벌목을 금지하는 비석)가 발견돼 서울시 문화재가 된다. 서울시는 최근 북한산에서 발견된 ‘경천군 이해룡 송금물침비(松禁勿侵碑·사진)’ 2기를 3월 중 시 기념물로 지정할 계획이라고 11일 밝혔다.

 발견된 송금물침비는 1614년 세워졌다. 광해군이 경천군으로 봉해진 경주 이씨 이해룡(李海龍)에게 하사한 땅에 무단 들어가 소나무를 베지 말라는 내용이다. 이해룡은 임진왜란 후 일본과의 화평 교섭에 큰 역할을 한 인물이다. 2기 중 하나는 2009년 북한산 둘레길 정비 당시 인근 주민들에게 알려졌다. 반면 두 번째 송금비는 최근에서야 첫 번째 송금비로부터 북쪽 200m 떨어진 개울가에서 발견됐다. 두 번째 송금비의 뒷면에는 ‘○○鄭氏 ○○朴公 兩位之墓(정씨 박공 양위지묘)’라는 글자가 적혀 있다. 김서란 학예연구사는 “ 두 번째 송금비는 묘비를 송금비로 재활용했거나 송금비를 묘비로 재활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창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