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국공채 매수세 실종

중앙일보

입력

국채 수익률이 8%를 밑돌며 외국인들의 채권매수세가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이는 외국인들이 지금과 같이 낮은 금리로는 기대한 수익을 내기 힘들다고 판단, 채권 거래에서 손을 떼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30일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이달 들어 29일까지 장내 시장에서 외국인들의 채권 매수와 매도는 하루 평균 4백16억원, 5백75억원에 그쳤다.

장외 시장까지 합할 경우 외국인 채권 매수는 하루에 6백30억원, 매도는 8백6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이는 올 들어 외국인들의 채권거래가 가장 활발했던 지난 7월의 외국인 채권거래량(하루 평균 매수 2천9백23억원, 매도 2천8백80억원)의 25%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이에 반해 전체 채권거래는 8월에도 지난 7월(하루 평균 8조8천억원 수준)과 비슷한 규모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화증권 최장순 과장은 전했다.

외국인들의 채권거래는 지난 8월 2일 이후 지표채권인 국고채 3년물의 수익률이 7%선으로 낮아지면서 감소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외국인들은 부도위험이 있는 회사채 매매에는 참여하지 않은 채 국공채 위주로 거래했는데, 최근 국공채 수익률이 더 이상 하락하기 힘들 만큼 떨어진 것(채권가격은 초강세를 의미함)으로 보고 매매를 멀리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30일 현재 국고채 3년물 금리는 7.73%로 미국의 재무부채권(TB) 2년물(6.25%)보다 1.48%포인트 높다.

이 정도면 외국인들은 한국의 국가위험도와 원-달러 환율 변동에 대처하기 위한 외환 스왑비용을 고려할 때 투자실익이 없는 수준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최근 국공채 발행 물량이 줄어들며 외국인들이 원하는 만큼의 유동물량을 확보하기가 어려워진 것도 외국인들의 채권매매를 줄어들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LG투자증권 신동순 국제영업팀 차장은 "최근 도이체방크나 시티은행 등 서울에 지점을 낸 외국계 금융기관을 제외하고는 외국인들의 채권 매수세가 실종된 상태" 라면서 "국공채 금리가 지금과 같은 수준을 유지하는 한 외국인들의 매수세를 기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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