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박희태 민 실세그룹서 ‘대선 잔금’ 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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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전 대표(左), 원희룡 의원(右)

고승덕 의원이 2008년 전당대회 때 300만원이 든 노란색 봉투를 박희태 국회의장 측에서 받았다고 폭로한 사건이 당시 자금 출처에 대한 의혹으로 번지고 있다. 한나라당에선 이미 박 의장이 돈을 돌렸을 경우 ‘대선 잔금’이나 ‘통치자금’과 관련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된 상태다.

 박 의장은 전당대회 직후 중앙선관위에 신고한 ‘정치자금 수입·지출내역’에서 공식 후원금을 포함한 수입으로 1억1303만여원, 지출은 1억868만여원을 신고했다. 정당법상 불법인 ‘돈봉투 살포’는 이 같은 합법적인 정치자금 신고내역에는 포함 안 된 이른바 ‘비자금’이다. 한나라당에선 “비자금의 경우 박 의장을 밀었던 여권 인사들이 십시일반 모아줬을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전당대회 2위를 했던 정몽준 전 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소위 (여권의) 실세라는 분이 의원들을 불러 ‘정몽준이 대표되는 것은 어떤 일이 있어도 막으라’고 지시했다”면서 “실세라는 분들은 여러 분이었다”고 했었다. 이명박계의 한 핵심 의원은 “당시 박희태 후보는 이명박계 의원들뿐만이 아니라 청와대 등 여권 전체가 밀었기 때문에 박 후보가 개인 돈을 쓰지 않고 지원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전당대회가 대선 뒤 6개월여 만에 있었기 때문에 (실세들이) 대선 때 쓰고 남은 돈을 제공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원희룡 의원은 10일 트위터 글과 인터뷰 등을 통해 “2007년 대선 후보 경선 때 이명박·박근혜 후보 모두 (대의원을) 동원했으며 비용을 썼다”고 주장했다. 그는 “진 쪽도 자유롭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게 당내 분위기”라고 했다. 이에 박근혜계 의원은 "당시 우리는 돈 봉투 돌릴 여력이 없었다”며 "박근혜 비대위원장을 흔들려는 의도”라고 반박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자금 지원이나 통치자금 지원설에 대해선 청와대가 펄쩍 뛰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과거 안기부가 관리하던 통치자금이란 말은 노무현 정부 이래 사라진 용어”라고 강조했다.

 기업인 등이 비공식 후원금을 제공하고 정권 실세들이 자금 조달 창구 역할을 했을 것이란 시나리오도 나온다. 전당대회 출마 경험이 있는 한 의원은 “당선이 유력한 후보에겐 물밑 후원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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