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그리스, 81억원 피카소 그림 털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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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 국립미술관이 9일(현지시간) 도둑맞았다고 밝힌 그림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피터르 몬드리안의 유화 ‘풍차’, 피카소의 ‘여인의 머리’, 길레르모카치아의 스케치화. [AP=연합뉴스]

그리스의 아테네 국립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던 파블로 피카소의 그림 한 점이 도난당했다고 그리스 경찰이 9일(현지시간) 밝혔다. 국립미술관 직원들은 일자리 감축·연금 축소 등에 반발해 사흘간 파업 중이었으며, 범행 시각인 새벽 5시쯤엔 경비 1명만이 미술관을 지키고 있었다.

 없어진 작품은 피카소의 ‘여인의 머리’, 피터르 몬드리안의 유화 ‘풍차’, 길레르모 카치아의 스케치화 등 총 석 점. 경찰은 “몬드리안의 또 다른 유화 ‘풍경’도 포함됐으나 도둑이 달아나던 중 떨어뜨렸다”고 말했다. 1939년 작품인 ‘여인의 머리’는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그리스가 독일 나치에 항거한 것을 기념해 49년 피카소가 직접 미술관에 기증했다. 프랑스어로 “그리스 국민을 위해 피카소가 바칩니다”고 새겨진 이 작품의 가치는 550만 유로(약 81억원)에 달한다.

 건물 뒤쪽 발코니를 통해 침입한 도둑이 작업 완료까지 걸린 시간은 단 7분. 하루 전인 8일 밤 미술관 입구 여러 곳에서 경보기를 울리는 등 치밀한 사전조사도 벌였다. 타이밍도 절묘하다. 국립미술관은 이날 ‘숨겨진 보물’ 전시회를 마지막으로 확장 및 재보수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민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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