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 중국 펀드 ‘보물’될까 … 경기부양책·저평가 매력 커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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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28년간 누적 수익률 1만4000%’라는 기록을 세운 ‘투자의 전설’ 앤서니 볼턴 피델리티인터내셔널 투자부문 대표. 그의 요즘 고민은 중국 펀드다. 그가 운용하는 중국 펀드의 자산가치는 2010년 말 295만 파운드에서 지난해 말 185만 파운드로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중국 증시가 20% 이상 떨어진 데 따른 것이다. 그래도 그는 여전히 중국 예찬론을 늘어놓는다. 볼턴은 최근 파이낸셜 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여전히 중국에 기회가 있으며, 그동안의 부진은 중국 시장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애물단지로 전락한 중국 펀드가 올해는 백조처럼 비상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중국 펀드는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펀드 중 하나다. 해외 주식형 펀드 전체(약 32조원)의 절반 정도가 중국 펀드(약 15조원)다. 하지만 최근 3~4년간은 재미를 못 봤다. 중국 주식시장의 거품이 꺼지고 글로벌 금융위기로 수익률이 곤두박질쳤다. 그래도 국내 주요 증권사 펀드 전문가들은 올해 유망 펀드로 중국 펀드를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인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다른 해외 펀드들에 대한 투자의견을 하향 조정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간의 부진을 감안하면 의외지만,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해외 펀드의 유일한 대안으로 중국 펀드를 지목한 셈이다.

 이는 중국이 여전히 8%대의 높은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고, 중국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탄탄한 실적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해 말 ‘중국경제공작회의’의 결정에 따라 경기부양 정책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와, 그간 주가 부진으로 값이 많이 싸진 점도 투자 매력을 높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박진환 WM컨설팅부장은 “전반적으로 국내 펀드를 대체할 만한 해외 펀드가 많지 않아 해외 펀드가 크게 인기를 끌지는 못할 것”이라며 “다만 중국 펀드는 내수 성장과 소비 증대, 주가수익비율(PER)이 10 이하로 내려온 점 등이 호재로 작용, 수익률이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실제 올해 중국 증시 전망은 괜찮은 편이다. 10일 블룸버그가 중국 및 외국계 13개 증권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12개사가 올해 상승장을 점쳤다. 절반 정도는 현재 2200선에 머물고 있는 상하이종합지수가 최고 3000선에 다다를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우리투자증권 유동원 북경리서치센터장은 “3개월 동안 지수는 2200~2500 사이의 박스권을 오갈 것”이라며 “경기지표는 상반기에 바닥을 찍을 것으로 보이며, 이르면 2분기부터 성장 분위기가 형성돼 올해 20% 정도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 펀드에는 홍콩H주펀드와 본토펀드가 있다. 홍콩H주펀드는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에 투자하고, 본토펀드는 중국 상하이 증시나 선전 증시에 상장된 기업에 투자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홍콩H주펀드는 최근 3개월 평균 6.27%의 수익률로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지만 중국 본토펀드는 -7.05%의 수익률로 여전히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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