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국채 발행량 대폭 줄 듯

중앙일보

입력

정부가 하반기 국채 발행물량을 절반 규모로 대폭 줄일 계획을 밝히면서 채권시장 활성화 정책이 물 건너 가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29일 "올 하반기 국채 발행량을 16조3천억원으로 예정했지만, 세금이 의외로 잘 걷혀 8조~10조원어치만 발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 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국채 발행물량이 줄면 금리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 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29일 채권시장에선 국채와 회사채 금리가 조금씩 떨어졌다.

그러나 채권시장 관계자들은 회사채 거래가 사실상 끊긴 상태에서 그나마 국채 덕분에 채권시장이 지탱됐는데, 국채 발행물량마저 대폭 줄면 채권시장이 더욱 위축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국채 발행물량을 줄이는 것은 정부가 올 초 내놓은 채권시장 활성화 방안에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이헌재(李憲宰) 전 재경부장관은 ▶일정량의 국채를 안정적으로 시장에 공급해 ▶채권수요를 끌어내면서 ▶국채금리를 시장의 중심 지표금리로 자리잡게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동양증권 김병철 채권운용팀장은 "당장 국채 발행물량이 대폭 줄면 금리를 떨어뜨리는 효과는 보겠지만, 장기적으론 거래규모 자체가 축소돼 조그만 충격에도 금리가 크게 출렁이는 허약한 시장으로 전락할 수 있다" 고 우려했다.

교보투신운용의 윤종은 채권운용팀장도 "최근 은행예금 금리가 떨어지면서 국채 수요는 물량이 달릴 정도로 늘고 있다" 며 "적정량의 국채물량이 공급돼야 그 만큼 수요도 활발히 창출된다" 고 강조했다.

특히 외국인들의 경우 국채에 투자하고 싶어도 거래량이 적어 원할 때 팔 수 없다는 부담 때문에 투자를 꺼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尹팀장은 설명했다.

굳이 국채발행 물량을 줄일 필요가 있다면 보완책을 병행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LG투자증권 성철현 채권트레이딩팀장은 "현재 3~5년이 주종인 국채 만기를 7~10년까지 늘리면 시세차익을 겨냥한 국채거래가 활발히 일어날 것" 이라고 밝혔다.

김병철 팀장은 "정부가 발행물량은 계획대로 공급하면서 한국은행을 통해 기존 경과물을 사들이는 것도 방법이며, 한국은행의 통화안정증권을 국채로 전환해 나가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 하다" 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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