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난 이제 도전자 … 2등은 소용없다 1등만 향해 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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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삼성의 이승엽이 9일 경산볼파크에서 열린 새해 첫 훈련에서 몸을 풀고 있다. 이승엽은 “프로무대에서 2등은 존재가치가 없다. 도전자의 입장에서 다시 시작하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대구=연합뉴스]

이승엽(36)이 ‘삼성’ 로고가 박힌 훈련복을 매만졌다. 슬며시 떠오른 미소가 편안해 보였다.

 이승엽이 9일 경산볼파크에서 열린 2012년 삼성 시무식에 참석했다. 동료들과 농담도 하고 새해 첫 팀 훈련도 함께 치렀다. 그는 “8년 만에 라이온즈 유니폼을 입고 공식 훈련한다. 이 자체만으로 흥분된다. 빨리 야구를 하고 싶다”고 했다.

 ◆프로에서 2등은 존재가치가 없다=이승엽은 한국무대 복귀를 ‘부담’보다 ‘도전’이란 단어로 정의했다. 일본 야구에서 뛴 8년의 시간이 그를 ‘국민타자’에서 ‘도전자’로 입장을 바꿔놓은 것이다. 이승엽은 주위 기대감에 대해 “부담감보다 도전에 대한 설렘이 앞선다. 한국프로야구에서 나는 도전하는 입장이다. 나 혼자 힘으로 팀이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이제 그 정도의 선수는 아니다. 홈런왕도 지난해 홈런왕 최형우(29·삼성)나 김태균(30·한화)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스스로를 낮췄다. 하지만 이승엽은 ‘1등’ ‘국민타자’란 단어를 가슴에 새기고 있다. 그래서 이승엽은 ‘적응’과 ‘노력’을 강조한다. 이승엽은 “프로에서 2등은 존재가치가 없다. 나에게는 1등을 해야 하는 의무와 책임감이 있다. 후배들에게 뒤처지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어 “8년 동안 다른 무대에서 뛴 사이 한국야구가 많이 변했다. 적응할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최형우와 자주 만나 한국 투수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공부를 많이 해 실수를 줄여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최고가 되려면 최고를 넘어야 한다=이승엽은 자신과 팀 모두의 1등을 바란다. 그 때문에 류현진(25·한화)과 김광현(24·SK) 등 한국 최고투수들을 이겨내야 한다. 이승엽이 그들에게 우위를 점하면 소속팀 삼성의 우승 가능성은 높아진다. 이승엽은 “류현진과 김광현은 일본 투수들보다 구위가 좋다. 대표팀에서 던지는 것을 보고 감탄만 했다. 아직 상대해보지 않아 걱정이 크다. 하지만 지금은 싸워 이겨야 하는 입장이다”고 했다. 쉽지 않은 도전이지만 노력과 근성으로 이겨낼 각오다. 그는 “한국 투수들은 제구력과 볼배합이 달라졌다. 예전에 볼카운트 1-3나 0-2에서 대체로 직구가 들어왔다. 지금은 변화구를 던진다. 그만큼 다양한 공을 잘 던진다는 뜻”이라고 걱정했다. 하지만 “나는 천재가 아니다. 공부하는 자세로 시즌을 준비하겠다. 삼성이 지난해 우승했는데 올해 우승하지 못하면 내 책임이지 않겠나”라고 각오를 다졌다.

 코칭스태프의 전폭적인 신뢰가 힘이다. 류중일(49) 삼성 감독은 “8년 동안 일본 투수들과 상대한 경험이 도움이 될 것이다. 국내 무대에 성공적으로 적응할 것이다. 3번 타자로 기용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승엽은 “내 생애 가장 좋았던 시기, 나는 3번 타자였다. ‘3번을 칠 자격이 있는가’에 대한 걱정도 있지만 기분 좋게 받아들이려고 한다. 나와 팀이 가고자 하는 방향이 똑같다”고 말했다.

경산=하남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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