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부모와 함께하는 공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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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활동은 연령대별로 목표가 다르다. 유아부터 초등 저학년은 탐구 성향을 길러 주는 것이 중요하다. 주변의 다양한 사물과 자연현상에 호기심을 갖고 답을 찾아가는 자세다. 청강문화산업대 유아교육과 김영주 교수는 “유아기에는 많은 양의 정보를 주기보다 지식을 획득하는 방법을 익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놀이 자체도 지식획득보다 결과가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에 중점을 둬야 한다. 때문에 주제도 크게 중요하지 않다. 생활 속에서 아이가 호기심을 가지는 모든 사물을 활용하면 그 자체가 실험이 된다. 김 교수는 “밀가루에 관심을 가지면 다양한 양의 물을 넣어 반죽의 감촉을 느껴보게 하라”고 말했다. 아이가 원하는 촉감에 가장 근접한 반죽을 만들기위한 물의 양을 찾아 볼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실험적 태도와 인내심, 집중력이 향상된다.

 부모의 도움이 필수적인 시기라 적절한 유도질문도 중요하다. 아이가 무엇인가에 몰두하고 있으면 시간을 두고 지켜본다. 아이의 호기심이 바닥이 난 것 같으면 ‘이 재료들을 가지고 어떤 것을 할 수 있을까?’‘만약에 여기에 00을 넣는다면 어떻게 될까?’처럼 생각을 유도하는 질문을 던진다. 이때 대답을 재촉하지 않도록 유의한다. 김 교수는 “이 시기의 아이들은 자신의 생각을 말로 적절하게 표현하는 능력이 충분하게 발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가 자신을 지지하고 있다는 분위기를 조성해 편안한 상태에서 조금씩 표현하도록 유도하라”고 권했다.

 초등 고학년은 좀더 복잡한 실험에 도전해본다. 혼자서 실험 설계가 가능하므로 교과와 연계해 심화학습을 할 수도 있다. 청주 경덕초 김효정 교사는 “똑같은 화산실험을 해도 저학년은 화산의 모습을 이해하는 데 그치지만 고학년은 이산화탄소의 발생까지 알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 가지 실험의 독립변인을 바꿔가며 심화실험을 하는 것도 창의력과 응용력을 기르는데 효과적”이라고 추천했다. 방의 온도나 실험하는 병의 크기를 바꾸고, 설탕대신 꿀이나 시럽, 물엿으로 바꿔가며 달라진 실험의 변화를 측정하는 식이다.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겨울방학 동안 실험한 과정과 결과를 모아 보고서를 만들어본다. 정해진 규칙이 없기 때문에 자유롭게 정리하면 된다. 주제에 대한 고민과 학습한 과정, 결과만 드러나면 된다. 와이즈만 영재교육 박종구 연구원은 “실험 보고서의 형태뿐 아니라 시, 소설, 포스터, 만화, 연극, 동영상 등 모든 것이 포트폴리오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최근 흥미가 생겼던 현상이나 관심있는 주제를 먼저 생각해본다. 박 연구원은 “내가 원하는 주제는 매우 폭넓을 수도 있고, 세부적인 한 가지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주제를 선정한 뒤엔 다양한 자료를 검색해 가설을 세운다. ‘벌집모양의 구조물은 계란이 깨지지 않게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가설을 세웠다면 이를 증명할 수 있는 탐구 활동을 계획한다. 실험을 진행하는 과정은 상세하게 포트폴리오에 정리하고 결과를 도출한다. 결과가 가설과 일치한다면 성공이지만 일치하지 않는다면 새로운 가설을 만들어 반복한다. 박연구원은 “과학포트폴리오는 대부분 실험 보고서 형태로 만들게 된다”며 “누가 읽더라도 어떤 실험을 어떤 방법으로 했는지, 어떤 결론을 얻었는지 이해할 수 있게 최대한 자세히 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ichth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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