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에 없는 ‘새로수길’ 관광책자에 오른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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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새로수길의 한 골목. 특색 있는 옷가게와 화랑등이 있어 아기자기하고 한적한 주택가의 분위기가 난다. [김태성 기자]

#가로수길:세계적 패션 브랜드인 ‘자라’ 가로수길 지점 개장을 앞두고 공사가 한창이다. 옆엔 국내 화장품 브랜드인 페이스숍이 자리를 잡았다. 이어 투썸플레이스·스타벅스·탐앤탐스 등 대형 커피 전문점이 즐비하다. 조만간 LG패션 매장도 들어설 예정이다. 명동 등 서울 시내 여느 번화가와 큰 차이가 없다.

 #새로수길:‘압구정 커피볶는 집’이라는 우리말 상호의 커피숍과 미국 남부식 요리를 낸다는 식당이 마주보고 있다. 오래된 주택을 개조해 만든 테이블 2~3개짜리 맛집, 화랑, 세탁소가 들어서 있다. 이 근처에 살고 있는 김원희(34·여)씨는 “가로수길은 이제 너무 평범해졌다”며 “요즘은 한적한 새로수길에서 친구를 만난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새로수길’. 지도엔 없는 지명이지만 최근 강남에서 가장 뜨는 길이다. 강남구 신사동 530~537번지 일대 ‘가로수길’은 1990년대 말 패션 관련 업체가 입주하면서 ‘서울의 소호’로 부상한 동네다.

하지만 최근 가로수길은 한 집 건너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이 들어서면서 서울의 여느 번화가와 비슷해졌다. 이 때문에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반면 가로수길과 연결된 15개 골목을 통칭하는 ‘새로수길’은 아직 이 동네로 사람을 끌어들이던 특징을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새로수길이 인기를 끌면서 강남구청은 새로수길을 관광안내 책자에 표시하고 인근 신사역엔 새로수길을 안내하는 표지판을 만들기도 했다. 골목엔 아예 ‘새로수길’이라는 이름을 내세운 매장도 등장했다.

 장원석 강남구 공보실장은 “개성이 강한 새로수길의 매장들을 일본과 중국 관광객에게 소개할 예정”이라면서 “구청 마케팅팀에서도 새로수길의 매력을 유지하려는 지역 상인, 건물주들의 모임에 참여해 의견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가로수길 유동인구가 늘면서 상권이 자연스럽게 확장된 셈이다. 새로수길 임대료는 가로수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가로수길엔 해외 의류 브랜드 매장과 대형 커피 전문점이 몰리면서 서울의 여느 번화가와 비슷해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김태성 기자]

가로수길에선 66㎡(20평)짜리 매장을 얻으려면 보증금 1억원 이상, 월세는 600만~800만원에 이른다. 새로수길은 같은 크기의 매장이 보증금 5000만원, 월세 500만~600만원 선이다.

 31년 동안 가로수길에서 부동산을 운영한 심문보(53) 동방컨설팅 사장은 “상인들 모임에서 상권을 유지하려면 동네 특징을 지켜야 하는데 대기업 매장이 너무 많이 들어와 상권이 죽을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온다”고 귀띔했다.

임희지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연구위원(도시계획학)도 “상권이 확장된다고 무조건 높은 건물을 올리거나 재건축 기준을 완화해 육성하려고 하면 세련된 카페 골목으로 각광받다 쇠퇴한 1990년대 방배동 카페거리나 압구정동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영선 기자

◆새로수길=3호선 신사역 8번 출구 인근 기업은행 신사동 지점에서 현대고등학교 사거리까지 이어지는 ‘가로수길’(700m)에서 갈라지는 15개의 골목길을 ‘새로 생긴 가로수길’이라고 부르면서 생긴 말이다. ‘세로로 놓였다’, 혹은 ‘가늘다(細)’라는 의미에서 ‘세로수길’로 쓰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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