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최연소 임원 된 44세 여성 상무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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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점장은 어디 갔나요?”

 2007년 11월 대한항공 일본 하네다 공항 지점장으로 발령받은 조모란(44·사진) 상무보가 부임 첫해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40대에 갓 접어든 여성을 지점장으로 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네다가 국내 VIP고객들이 자주 찾는 곳인 만큼 ‘의전’의 비중이 컸다. 고민하던 조 상무보는 더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고객들을 만날 때면 재빠르게 명함을 건네 자기 소개를 했다. 상황에 따라 남자직원들과 동행했다. 그를 알아보는 고객들이 늘었고 ‘지점장은 어디?’란 질문은 쑥 들어갔다. 오히려 “친절해서 좋다”는 칭찬이 많아졌다.

 회사는 지난 6일 인사에서 그를 상무보로 승진시켰다. 그룹 오너인 조양호 회장 자녀를 빼곤 대한항공 사상 최연소 임원이다. 부장이 된 지 6년이 지나야 임원이 되는 관례를 깨고 5년 만에 발탁됐다.

 연세대 영문학과를 졸업하던 1990년 입사한 조 상무보는 이후 22년간 주로 운송팀에서 경력을 쌓았다. 40대 초반에 임원이 된 만큼 승승장구했을 거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 역시 두어 차례 ‘물먹은’ 적이 있다.

“사람을 만나는 일이 좋아서 시작한 만큼 나쁜 일은 금세 잊어 버리려 했어요. 예상치 못한 승진을 하게 돼 얼떨떨합니다. 엄마로서, 직장인으로서 남보다 2배는 열심히 한다는 생각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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