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字, 세상을 말하다] 選賢與能 선현여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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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目)은 앞을 보는 눈이다. 밑을 보는 눈을 가리키는 말은 신(臣)이다. 신하란 뜻이 나온 건 임금 앞에서 눈을 내리깔고 있기 때문이다. 현(賢)은 손(又)에 재물(貝)을 쥐고 잘 관찰한다(臣)는 데서 ‘어질다’는 뜻이 나왔다고 한다. 어느 사회건 절실히 요구되는 게 존현사능(尊賢使能)이다. 훌륭한 사람을 존중하고 재능 있는 사람을 쓰는 일이다. 맹자(孟子) 공손추(公孫丑)에 나오는 말이다. ‘현명한 이를 존중하고 능력 있는 사람을 임용하여(尊賢使能) 뛰어난 인재가 제 자리에서 구실을 하면(俊傑在位) 천하의 선비가 모두 이를 기뻐하고(則天下之士皆悅) 그러한 나라에서 일하게 되기를 바랄 것이다(而願立於其朝矣)’.

구당서(舊唐書) 식화지(食貨志)에선 ‘관직을 두어 직무를 나누고(設官分職) 어질고 유능한 이를 가려 임명하는데(選賢任能) 그런 인재를 얻으면 나라에 유익하고(得其人則有益於國家) 그런 인재가 아니면 환란이 일반 백성에게까지 미치니(非其才則貽患於黎庶) 이 또한 모를 수가 없다(此又不可不知也)’라 했다. 어질고 유능한 이를 뽑아 나라를 맡겨야 함을 강조한다.

그렇다면 관건은 어떻게 어진 이를 뽑을까 하는 선현(選賢)이다. 하루는 제(祭)를 마친 공자가 탄식하며 말하기를 “대도가 행해지던 시대에는 천하를 자기의 사유물로 생각하지 않고 공공의 것으로 보았다(大道之行也 天下爲公). 그렇기 때문에 임금 된 자는 이것을 자기 자손에게 전하지 않고 어질고 유능한 이를 가려서 전수했으며 신의를 연구하여 밝히고 화목하는 길을 닦았다(選賢與能 講信脩能).” 사심을 갖지 않고 오로지 현(賢)과 능(能)을 잣대로 지도자를 골라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흑룡(黑龍)의 해라는 올해는 전 세계적인 ‘리더십 선택의 해’로 불린다. 오는 14일 대만 총통선거를 시작으로 지구촌 곳곳에서 선현여능(選賢與能) 작업이 벌어질 예정이다. 프랑스·러시아·미국 등에서 줄줄이 대선이 예정돼 있다. 중국도 올가을 10년 만에 지도부가 교체된다. 우리 또한 총선·대선이 기다리고 있다. 어떤 이를 뽑을 것인가. 한 가지 잣대만 기억했으면 좋겠다. 천하를 자신의 사유물로 생각하지 않는 이, 즉 개인의 영달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에 봉사하겠다는 사람을 찾아 보자.

유상철 중국연구소 소장scyo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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