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패트롤] 현대 매듭 국면…시장 안정의 열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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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무더웠던 8월이 가고 이제 곧 9월이다.계절은 어느새 가을의 문턱이지만 봄부터 시장을 압박해온 현대 사태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현대로선 나름대로 자구계획을 이행 중이라고 하지만 오락가락하면서 8월 13일에 발표한 그대로 지키지 않자 시장의 반응은 떨떠름하다.

현대는 채권은행에 넘기겠다고 약속한 정주영 전 명예회장의 현대차 지분을 느닷없이 시장에서 6분여만에 매각하면서 또다른 특수관계인인 현대투신이 주식을 사들였다.

현대건설이 갖고 있는 현대상선 주식을 교환사채를 발행해 팔겠다고 하더니 지난주 말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의장이 매입하겠다고 운을 뗐다.

현대로선 자구계획을 이행하려다 보니 문제가 있어 조금 바꾸는 것이라고 하지만,다섯달 째 지지부진한 현대의 자구노력을 보아온 시장은 여전히 못 미더워하는 모습이다.뭔가 꿍꿍이속이 있고 이리저리 재는 것 같기 때문이다.

어쨌든 현대 사태는 9월 1일로 예정된 공정거래위원회의 현대차 분리 허용 여부가 전환점이 될 것 같다.그전에 현대의 가신 경영인에 대한 거취 문제가 거론될 가능성이 있다.현대로선 또다시 우물거리며 넘어가려 들어선 곤란하다.

사실 주식시장이 연중 최저치를 오르내리고,중견기업이 회사채를 발행하지 못해 쩔쩔매는 가운데 넉넉히 풀린 돈이 돌지 않는 것도 따지고 보면 신용경색을 부채질한 현대 사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정부가 추석을 맞아 5조원을 더 풀기로 했지만 목말라하는 기업에게 구석구석 혜택이 돌아갈 지는 미지수다.

실물 경기는 그런 대로 돌아가는데 금융시장이 발목을 잡고 있다.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실물 경기도 급격히 꺾일 수 있다.시장에선 코스닥시장 안정방안 등 추가적인 금융시장 대책을 기대하고 있다.새 경제팀으로선 현대 문제를 분명하게 매듭짓는 것이 급선무요,그 결과에 따라 하반기 경제운용의 성패가 판가름날 것이다.

4대 개혁 가운데 속도가 느리다는 지적을 받아온 공공부문 개혁은 우선 공기업 민영화 작업에 속도가 붙을 것 같다.정부가 갖고 있는 포항제철 지분(산업은행 6.84%)의 매각방안을 다음주에 발표하는 것을 시작으로 한국전력 분할(전력산업 구조개편)및 파워콤 매각,한국통신 지분(15%)매각 등이 구체화할 것이다.

나라밖으론 역시 국제 원유가격이 걱정거리다.산유국의 증산 여부에 대한 소문이나 미국의 석유 재고에 따라 등락을 거듭하는 가운데 국제 원유가격은 꾸준히 오르고 있다.이러다간 연말께 배럴당 40달러선에 이르리란 전망까지 나왔다.국내 정유업계는 9월 석유류 가격 고시를 앞두고 30∼40원의 인상요인이 있다고 하면서도 휘발유 값이 ℓ당 1천3백원을 넘어서는데 부담을 느끼며 망설이고 있다.

추석이 예년보다 빨리 다가오는데 상여금이나 선물은 지난해보다 못할 것 같다.제수용품 가격이라도 안정되어야 할 텐데 집중호우로 농산물 값이 오를 움직임이다.그래도 우리는 가을과 한가위를 기다린다.

양재찬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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