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아산 이달의 문화소식] 마지막까지 웃겨주는 연극 ‘휴먼 코메디’가 아산에 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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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은 한 번 관람하고 나면 두 번째 방문하기 망설여지는 경우가 많다. 첫 번째 관람에서 받은 감동을 두 번째 관람으로 훼손하고 싶지 않은 경우가 있고, 자신과는 맞지 않아 다시 보고 싶지 않은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본 관람횟수가 2회 이상인 연극이 존재한다면 어떨까. 그것도 볼 때마다 정신없이 웃고 나올 수 있는 공연이 있다면?

 아산시에서 운영하는 아산문화회관이 18, 19일 이틀간 온가족이 즐길 수 있는 연극 ‘휴먼 코메디’(사진)를 준비했다.

 연극 ‘휴먼 코메디’는 유쾌한 옴니버스 연극이다. 극단 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대표작으로 1999년 초연된 이래 앙코르 공연이 거듭될 때마다 관객동원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2005년 스위스·일본, 2006년 프랑스, 2007년 영국을 돌며 국제적으로도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이 작품은 세 가지 테마로 구성돼 있다. 가족, 냉면 그리고 마지막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추적까지 진부하지 않은 신선한 소재로 관객들을 찾아간다. 특히 제대로 완성된 ‘유종의 미’를 느끼고 싶다면 마지막 5분을 주목할 것을 권한다.

 첫 번째 테마인 ‘가족’은 배를 타기 위해 떠나 보내는 아들을 두고 슬퍼하는 한 가족의 모습을 그린다. 정적이 흐르는 무대에서 주인공들은 말을 아낀다. 절제된 유머다. 바다로 아들을 떠나 보내야 하는 서글픈 상황이지만 배우들은 엉뚱한 대사와 행동으로 이내 해학적인 분위기를 만든다. 슬픔을 슬픔이 아닌 해학으로 만드는 ‘휴먼 코메디’만의 매력이다.

 두 번째 테마 ‘냉면’은 냉면을 먹다가 일어난 에피소드를 한 곡의 노래로 완성시켜 선보인다. 배우들은 별다른 소품 없이 마임 연기로 대신하지만 황당하면서도 유쾌한 가사가 관객들을 웃기기에 충분하다. 전혀 상상치 못했던 냉면에 관한 에피소드도 준비돼 있다.

 특히 ‘가족’과 ‘냉면’에서 배우들은 연극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루돌프를 연상케 하는 빨간 코를 달고 등장한다. 우스꽝스러운 모습이지만 오히려 절제된 웃음을 통해 황당한 상황을 코믹하게 해주는 시너지 효과를 준다. 관객들은 공연이 끝나고도 배우들의 빨간 루돌프 코를 묘하게 잊지 못한다고 한다.

작품 중간에 ‘휴먼 코메디’ 홈페이지에 올라온 사연을 읽어주는 코너는 관객과 배우들이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기회다. 배우들은 편지를 직접 읽어주며 그들의 사연을 전한다. 연인에게 사랑을 고백하거나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은 사람에게 묻어둔 말이 있다면 ‘휴먼 코메디’를 십분 활용하자. 200% 메시지 전달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추적’은 마지막을 가장 코미디답게 마무리 짓는 테마다. 극을 빠르게 전개시키면서 관객들에게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바로 ‘추적’의 묘미라 할 수 있다.

 작품은 모텔에 침입한 도둑이 살인을 저지르면서 일어나는 해프닝을 그린다. 여기에 그를 쫓는 경찰과 모텔주인·기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얽히면서 자연스럽게 코믹함을 연출한다. 특히 6명의 배우들이 기자·도둑·경찰·다방 여종업원 등 14명의 역할을 소화해 낸다.

 가장 주목할 만 한 것은 10초도 안 되는 시간에 옷을 바꿔 입고 전혀 다른 캐릭터를 능청스럽게 연기하는 배우들이다. 무대 중앙 세워진 검은색 판을 통해 어느새 다른 인물로 나타난 그들은 관객들에게 감탄을 받기에 충분하다. 배우들의 현란한 옷 바꿔 입기가 궁금하다면 반드시 마지막 5분을 지켜볼 것을 권한다.

 처음에 잔잔한 코미디로 시작했다가 마지막에 모든 것을 날려 버릴 수 있는 핵폭탄 같은 웃음을 준 연극 ‘휴먼 코메디’.

 세상살이에 슬프고 괴로운 일이 있다면 모든 것을 날려줄 연극 ‘휴먼 코메디’를 찾아보자.

▶예매문의=아산 문화장터 041-534-2634

 
조영민 기자

◆마임=어원은 그리스어의 미모스(mimos)에서 유래하며 ‘흉내’를 뜻한다. 원래는 촌극 등 잡극(雜劇)을 의미했으나 오늘날에는 언어를 사용하지 않고 몸짓과 표정만으로 표현하는 연기를 말한다. 현대에 이르러 진지한 예술로서의 새로운 마임을 체계화한 뒤부터 신체마임 또는 현대마임이라 하여 팬터마임과 구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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