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 버라이어트 쇼 문제점 날로 심각

중앙일보

입력

요즘 TV 오락 프로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게 토크 버라이어티쇼다.

탤런트·개그맨·가수들이 대거 출연해 신변잡기를 늘어놓는다. 특정 목표에 도전하는 일반인의 모습도 보여준다. 스타들이 많이 나오는 까닭에 시청률도 높다.

때문에 최근 방송사들은 이런 프로의 편성을 크게 늘렸다. 지난해 가을과 올 봄 개편을 비교해도 이들 프로의 약진은 쉽게 확인된다.

KBS1 3편→11편, KBS2 19편→24편, MBC 16편→15편, SBS 14편→25편 등이다. MBC를 빼고 대단한 증가세다.

그러나 질적으론 거의 나아진 게 없다는 분석이 나왔다. 방송진흥원 주창윤 연구원이 지난 6월 26일부터 7월 2일까지 방송된 20편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 프로들은 큰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자막공해가 극심했다. 예컨대 각각 75분, 60분 프로인 MBC 〈목표달성 토요일〉과 SBS 〈기분 좋은 밤〉엔 무려 1천24개와 1천22개의 자막이 등장했다.

3초에 한 번꼴로 자막이 방영된 것. 이쯤되면 TV가 과연 영상매체인지 활자매체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그것도 대부분 출연자들의 별다른 의미없이 내뱉은 말을 활자로 다시 보여주는 양상이다. KBS 〈일요일은 즐거워〉도 5백80개를 기록했다.

진행자·출연자의 겹치기 출연도 심각하다. 채널을 돌려도 시청자는 '그 나물에 그 밥'을 구경하는 꼴이다.

KBS는 유재석·강호동이 2개, MBC는 정은아·김용만·이경실이 2개, SBS는 박수홍와 남희석이 2개씩 진행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스타들의 얼굴에 기대는 제작관행이 전혀 달라지지 않은 것. 조사기간에 가수 샤크라는 KBS2와 SBS 합해 여섯 번, 가수 이지훈은 방송3사 프로에 모두 출연하는 등 손님도 다양하지 못했다.

이 프로들이 주말 오후 시간대에 집중된 것도 특징. 그만큼 시청자의 선택권이 줄어들게 된다.

주로 도전·게임·퀴즈·미팅 코너로 구성된 형식도 대동소이하다. 또 비어·속어 등이 난무하는 종전 오락프로를 거의 답습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주창윤 연구원은 "아무리 문제점을 지적해도 방송사들은 '쇠 귀에 경 읽기' 식으로 반응한다"며 "내용 차별화를 위한 방송사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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