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0만원 들여 유럽축구 배우러 간 김재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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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성

“후배들이여. 겨울이라고 쉬지 말고 유럽으로 가 선진 축구를 봐라.”

 프로축구 포항 미드필더 김재성(29)은 공부하는 축구선수다. 겨울 휴가 때 자비를 들여 축구의 본고장 유럽을 찾는다. 수준 높은 유럽 축구를 눈으로 보고 몸으로 느끼기 위해서다. 자기 개발을 위해 그는 그동안 2500만원 가까이 썼다.

 그의 유럽축구 기행은 2007년 겨울 휴가 때 시작됐다. 이번에는 지난해 12월 11일부터 2주간 영국·스위스·프랑스를 다녀왔다. 그는 “모든 축구선수가 유럽 진출을 꿈꾸듯 나도 유럽에서 뛰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직접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2011년 12월 19일 맨시티 vs 아스널 다비드 실바(왼쪽), 수비형 미드필더지만 공간만 보이면 치고 들어간다. 적극적 공격이 현대 축구에 필요하다

 2007년 그가 유럽에서 처음 본 팀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다. 김재성은 “TV로 볼 때와는 완전히 달랐다. 여유 있게 볼을 돌리면서도 상대를 압박해 들어가는 맨유 선수들의 경기력과 조직력에 감탄했다. 다른 세계의 축구를 보는 듯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내 포지션이 미드필더이기 때문에 미드필더 선수들을 유심히 본다. (박)지성이 형도 잘했지만 폴 스콜스는 완벽 그 자체였다”고 했다.

 이번 축구 여행에서는 세 경기를 봤다. 특히 12월 19일 영국 맨체스터에서 본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와 아스널의 경기가 아직도 생생하다. 김재성은 “맨시티의 조직적인 공격 전개 방법이 인상적이었다. 선수들 중에서는 맨시티의 수비형 미드필더인 다비드 실바가 내 눈을 사로잡았다”고 했다.

 스페인 출신의 실바(26)는 1m70㎝·67kg으로 축구선수로는 작은 체구다. 하지만 패싱력은 물론 드리블과 슈팅 능력도 겸해 ‘스페인의 메시’로 불린다. 이날 실바는 후반 8분 결승골을 넣어 맨시티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김재성은 “수비형 미드필더라도 공간만 보이면 드리블로 치고 들어가는 실바의 적극적인 공격 시도가 현대 축구에 꼭 필요하다는 걸 알았다”고 했다.

 유럽축구여행은 그에게 큰 도움이 됐다. 2005년 부천SK(현 제주유나이티드)에 입단하며 프로에 데뷔한 그는 K-리그에서 수준급 미드필더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국가대표팀과는 거리가 멀었다. 한 단계 더 도약이 필요했다.

김재성은 “반 박자 빠른 돌파 시도와 측면 수비 가담 시 위치 등 유럽 선수들의 장점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많은 땀을 흘렸다”고 했다. 노력은 결실을 보았다. 김재성은 2010년 1월 9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잠비아와의 평가전을 통해 A매치(국가 간 대항전)에 데뷔했다. 기량을 인정받아 그해 열린 남아공월드컵에도 출전했다. 군 입대를 앞두고 지난 3일 상주 상무 훈련에 합류한 그는 “후배들에게 직접 유럽에 가서 축구 볼 것을 적극 추천한다. 느끼고 배우는 것이 정말 많을 것”이라고 했다.

김종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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