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사 받는 조폭에게, 느닷없이 면회 간 검찰수사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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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지난해 11월 10일 오후 서울 서초경찰서에서 광주 무등산파 행동대원 심모(45)씨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심씨는 2010년 11월 부동산업자 이모(55)씨 소유의 서울 서초동 미분양 아파트 14가구를 불법 점거한 뒤 이씨를 협박해 6억3000여만원을 뺏은 혐의(공갈)로 전날 구속됐다. 경찰은 당시 조폭을 시켜 이씨를 협박해 보증금 명목으로 돈을 뺏고 아파트를 헐값에 사들였는지 심씨를 상대로 캐묻고 있었다.

 심씨가 조사를 받던 자리에 한 40대 남성이 찾아왔다. ‘고향 선배’라고 신분을 밝힌 그는 경찰에 “심씨에 대한 면회가 가능하겠느냐”고 물었다. 경찰은 “지금은 조사 중이니 바로 만날 수 없다. 기다려 달라”고 답했다. 그러자 이 남성은 “서울중앙지검 직원인데 잠깐이면 된다”며 사무실로 들어섰다. 그는 심씨의 어깨를 두드리며 선처를 해주겠다는 취지의 말을 하고 돌아갔다. 이날 경찰서를 방문한 남성은 서울중앙지검 소속 수사관 이모(7급)씨로 확인됐다. 이씨는 심씨 사건의 지휘를 맡은 중앙지검 형사1부가 아닌 강력부 소속이다.

 이후 이 사실을 전해 들은 대검찰청은 이씨와 서초경찰서를 상대로 감찰조사를 벌였다. 검찰 수사관 이씨는 “이 사건과 관련해 금품이 오갔다는 첩보가 있어 확인 차 방문했다. 피의자에게 ‘고생해라’거나 ‘빼주겠다’는 얘기를 한 적 없다”고 검찰 감찰조사에서 진술했다. 대검은 지난해 12월 혐의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이씨에 대한 내사를 종결했다. 검찰 수사관 이씨는 기자가 전화로 “서초경찰서에 방문한 일이 있느냐”고 묻자 아무 말 없이 끊은 뒤 이후 전화를 받지 않았다.

 검찰 수사관 이씨의 방문 한 달 뒤인 지난해 12월 7일 검찰은 심씨의 구속을 취소했다. 또 “주요 사실 관계가 경찰의 수사기록과 다르다”며 심씨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피해자 이씨는 “검찰에 수사를 다시 해달라는 진정을 내겠다”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수사의 지휘권·종결권이 모두 검찰에 있어 수사와 관계없는 직원까지 경찰서에 드나들며 위세를 부리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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