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SNS 판사들, 못 만날 이유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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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김용덕?박보영 대법관(왼쪽부터) 취임식이 3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렸다. 양승태 대법원장(왼쪽 셋째)이 두 신임 대법관과 함께 식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법원의 자세가 진중해야 국민이 믿을 데, 안심할 데가 생긴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지난 2일 취임 100일을 맞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금년에는 두 번의 주요 선거(4월 총선, 12월 대선)가 있는데 세계 경제 사정이 갈수록 어렵고 우리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이럴 때일수록 법원의 자세가 진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대법원장은 앞서 법관들에게 “시류에 휩쓸리지 말라”고 당부한 것과 관련해 “한때 흘러가는 유행병 같은 흐름에 휩쓸리지 말라는 원론적인 의미”라며 “(그 시류가 SNS를 의미하는지는) 각자가 판단할 문제”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SNS를 통해 정치적 견해를 잇따라 밝힌 법관들과 만날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법원장이 되니까 구중궁궐에 앉은 것 같아 갑갑하다. 기회가 되면 누구라도 만나 얘기하겠다. 그 사람들(SNS 판사들)을 빼라고 할 이유는 없지 않으냐”고 답했다.

 양 대법원장은 이어 “법관들이 재판은 자기들이 하고, 소통과 신뢰 획득은 대법원이 정책을 갖고 따로 하는 걸로 보는데 그런 인식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며 “재판이 소통이고 각자 업무 속에 소통이 녹아 들어 있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법관이 날 믿어준다고 인정하면 당사자들이 어떻게 법관들에게 막말을 하겠느냐”고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의 사자성어를 ‘역지사지(易地思之)’로 정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김하늘 인천지법 부장판사 등 166명이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연구모임을 만들자고 건의한 것에 대해서는 “반FTA, 반ISD(투자자·국가소송제도)처럼 극렬하게 반대하는 시각이 아니라 ‘잘 모르니까 연구해 보자’는 취지라서 지원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장직을 맡은 걸 후회하지 않느냐’고 묻자 “처음엔 법원 내에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고 내가 역부족이 아닌가 싶어 망설였던 게 사실이었다”며 “지금 보니 생각보다 훨씬 더 문제가 많다는 걸 느끼지만 되돌릴 수 없으니 원활한 해결에 매진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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