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무기력한 거인타선

중앙일보

입력

거인군단’에 비상이 걸렸다.

8월 22일 LG 트윈스와의 잠실경기에서 2대 3으로 무너져 4연패를 당한 것이다. 물론 롯데 자이언츠의 최후의 보루인 마운드는 붕괴되지 않았지만 타격 부진은 너무나 심각하다.

사실 자이언츠가 8월 23일 현재 전체 승률 4위 이면서 매직리그 1위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뭐니 뭐니 해도 팀 방어율 2위가 말해주듯 막강한 투수력 때문이다.

이는 곧 타격만 제대로 뒷받침이 되었다면 매직리그 1위는 물론 전체 승률 1위까지 넘볼 수 있었다는 말이 된다.

부상에 신음 중인 문동환, 주형광, 염종석이 완쾌가 되어 베스트 컨디션으로 팀에 가세한다 손치더라도 지금의 타력으로서는 한국시리즈 우승은커녕 플레이오프전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얼마나 자이언츠 타자들이 무기력한가는 지난 7경기를 보면 알 수 있다.

지난주 자이언츠는 유니콘스와 해태 타이거즈를 상대로 홈 6연전을 가져 1승3패(2무)의 불만족스러운 성적을 거두었다. 자이언츠는 상대팀 야수들의 어이없는 실책을 편승하여 16점을 얻은 15일 경기를 제외하면 5경기 평균 득점이 3점도 되지 않는다. 특히 18일 경기에서는 연장 13회까지 한 점도 내지 못하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 호투하던 투수들의 어깨를 무겁게 만들었다.

자이언츠가 이처럼 무기력한 타격을 보이는 첫째 이유는 바로 자이언츠 타격을 이끌고 잇는 이른 바 클린업 트리오인 박정태, 마해영, 화이트의 부진이다.

이들 세 타자는 지난 7경기에서 87타수 17안타 10타점 만을 기록하는 등 중심타자로서는 낙제점에 가까운 성적을 올렸다. 더욱 문제가 되는 부분은 주자가 있을 때 약하다는 점이다. 물론 이들 중 마해영이 지난 17일 경기에서 동점 쓰리런 홈런을 쳐 체면치레는 하였지만 대개의 경우는 하위타선 보다 못한 내용을 보여 주었다.

박정태가 동계훈련 부족으로 인해 체력적으로 한계를 보이고 있는데 몇 경기를 쉬게 해주거나 몇 타석만 나서게 하여 체력 비축을 시킬 필요가 있다.

마해영은 역시 본인은 부인할 지 몰라도 체력저하로 인해 타격 밸런스가 서서히 무너진 모습이 보인다.

화이트는 다소 떨어지는 선구안이 문제다. 이는 장타를 의식하는 타격에서 유래한다고 봐진다.

8월 중순까지 같은 매직리그 2위인 트윈스가 최악의 부진으로 인해 어부지리로 1위를 유지하여 플레이오프전에 대비하려는 자이언츠지만 지금처럼 중심타선이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면 준플레이오프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어차피 빠르게 회복되지 않을 타격 부진이라면 슬럼프에 빠졌거나 힘이 떨어진 주전들을 약간이나마 쉬게 하고 힘이 넘치는 후보 선수들에게 과감하게 기회를 주는 것이 좋을 듯 하다.

※ 신종학 - 프로야구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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