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피플] 대기업 부회장 '남대문의 승부'

중앙일보

입력

"남대문 재래시장의 활력을 찾는 견인차 역할을 할 것입니다."

22일 서울 남대문시장 한쪽에 들어선 대형 쇼핑몰 '메사' 의 총수인 임성욱(林盛郁.33)대표이사.

대상(옛 미원)그룹을 창업한 임대홍(林大洪.80) 전 회장의 둘째 아들로 그동안 경영수업만 받아오다가 메사를 발판으로 실전(實戰)에 나섰다.

국내 언론사들이 林 전회장의 사진을 구하지 못해 애를 먹을 정도로 세상에 얼굴 드러내기를 꺼리는 집안 전통을 깨고 본지와 첫 인터뷰를 했다.

그는 대상그룹 부회장의 직함도 가지고 있다. 18살 위인 형 임창욱(林昌郁.51) 명예회장이 지난 1997년 8월 그룹 회장에서 물러난 상태여서 유일하게 그룹 현장을 지키고 있는 셈이다.

조미료.고추장.된장으로 친숙한 이미지를 가진 대상이 재래시장에 뛰어든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20년 전부터 남대문시장에 땅을 가지고 있어 오래 전부터 남대문시장과 어울리는 쇼핑물을 세울 계획이었다는 것.

林대표는 "처음엔 건물만 지으면 무조건 남는 장사라는 생각으로 계획을 세웠으나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며 "부동산 값이 더 이상 뛰지 않아 쇼핑몰 경영을 제대로 못할 경우 부도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각오로 출발했다" 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밀리오레와 두산타워 등 동대문시장 패션 쇼핑몰들이 성공하는 것을 보고 메사도 장래성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면서 "메사가 어려워지더라도 그룹에 영향을 주는 일을 없을 것" 이라고 강조했다.

메사는 그에게 경영능력의 첫 시험무대다. 동대문 신흥 패션몰들이 불황을 겪고 있는 시점인 데다 남대문시장이 점차 밀리는 형국이어서 그의 첫 시험은 꽤 어려울 듯하다.

林대표는 창업회장이 47살이던 지난 67년 늦은 막둥이로 태어났다.

서울 중앙고를 나와 일본 게이오대학 사회학과 학부와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뒤 26세의 나이로 93년 미원통상 전무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미원식품 부사장을 거쳐 97년 3월 대상그룹 부회장직에 올랐다.

林대표는 그룹 후계 얘기를 조심스럽게 꺼내자 긴장하는 눈빛으로 돌아섰다. 그러면서도 은근히 자신이 후계의 적임자라는 점을 애써 부인하지 않았다.

형이 일선에서 떠나 있고 자신이 그룹을 지키고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林대표는 또 "그룹이 사위 쪽으로 넘어가는 일은 없을 것" 이라며 "아직 결정된 것은 없지만 관례상 그렇다고 (내가 후계자가 될 수 있다고) 볼 수 있지 않겠냐" 는 표현을 썼다.

형 임창욱 명예회장은 딸만 둘 있고, 林대표는 아들 한명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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