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검 빙자 가스레인지 위장 방문판매 극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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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 상계동에 사는 김명자(58)주부는 얼마전 가족들을 출근시키고 홀로 집을 지키고 있다가 방문판매원의 속임수에 넘어가 멀쩡한 가스레인지를 새 것으로 교체하는 피해를 당했다.

가스점검을 나온 공공기관 검사원인 것처럼 행세하며 집안으로 들어온 판매원이 가스레인지가 폭발할 위험이 있다고 겁을 주는 바람에 판매원이 가져온 제품으로 덜컥 바꿔 버린 것. 직장에서 돌아온 딸이 제품을 확인해 보니 유명상품을 흉내낸 불법 유사상품. 판매원에게 바로 전화를 걸어 반품은 했으나 기존제품은 이미 폐기처리해 보상도 못받고 새 제품을 다시 설치해야만 했다.

노인.주부.미성년자 등 상품정보에 어두운 소비자를 상대로 악덕판매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은 올들어 가정을 방문한 판매원이나 길거리에서 물건을 구입했다가 피해를 호소하는 노인이나 주부.청소년들이 부쩍 늘고 있다며 26일 주의를 당부했다.

대표적인 피해 사례는 김씨의 경우처럼 집을 지키는 노인이나 주부를 상대로 한 가스레인지 교체판매. 판매원이 가스레인지가 낡아 곧 폭발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등 공포감을 조성해 제품을 판다.

올 초부터 7월말까지 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된 이와 유사한 피해사례는 모두 1백56건으로 지난 한 해 동안의 피해건수(1백52건)을 넘어서고 있다.

결혼한 지 오래된 가정의 장롱 안에서 애물단지로 취급받고 있는 목화솜 이불로 피해를 당한 주부들의 호소도 잇따르고 있다.

헌 목화솜을 틀면 새 이불 여러 채를 만들 수 있다는 말에 솔깃해 목화솜이불을 맡기면 목화솜을 화학솜으로 바꿔치기 하거나 새 것을 살 수 있을 만큼 비싼 비용을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 주문한 것과 색상이 다르거나 바느질이 엉성하다는 불만도 많다.

피해 건수가 1백47건으로 이미 지난해(77건)의 두 배에 달하는 실정이다.

미성년자들의 피해는 주로 길거리에서 구입한 건강보조식품. 판매원들이 미용.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은 중.고생들에게 부모들 몰래 접근해 효능이 입증되지 않은 제품을 터무니없이 비싼 값에 팔고 있는 것. 법적으로 부모의 동의가 없으면 미성년자의 계약은 무효임에도 부모가 나중에 해약.반품을 요구해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특히 이 경우엔 피해금액이 수백만원에 달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러한 피해는 올들어 5백28건으로 무려 지난해(98건)의 5배를 넘는다.

소보원 소비자정보센터 안현숙과장은 "미성년자.노인.주부들은 해약하는 방법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도 가족 몰래 해결하려고 하다가 피해액을 더 키우는 경우가 많아 더욱 안타깝다" 며 "피해를 당했다고 생각되면 서둘러 소보원이나 지자체.민간단체의 소비자 상담창구를 이용할 것" 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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