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비시 자동차 결함 20년 넘게 쉬쉬

중앙일보

입력

일본 미쓰비시 자동차가 1977년부터 수만대의 자동차에서 발생한 결함을 은폐해왔다고 22일 공식 시인했다.

가와소에 가쓰히코(河添克彦)사장은 이날 회견에서 "고객들에게 진심으로 사죄의 뜻을 표한다" 고 머리를 숙였다.

미쓰비시측은 지난달 자동차 결함 등 소비자 불만 사항이 적힌 서류를 운수성에 제출하지 않고 은폐하고 있다는 소문이 떠돌자 이를 부인했다.

그러나 최근 익명의 제보를 받은 운수성이 기습 감사를 실시한 결과 회사 라커룸에서 은폐 서류를 찾아냈다.

관계법령에 따르면 자동차 회사들은 소비자들이 신고한 제품상 결함을 운수성에 보고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 미쓰비시는 리콜 파문 등을 우려, 이를 숨겨온 것이다.

미쓰비시는 이날 일본.미국 등에서 팔린 8만8천여대의 승용차.트럭을 추가로 리콜한다고 발표했다.

미쓰비시는 지난달에도 은폐 여론에 밀려 갈랑.미라지 등 엔진.브레이크.연료탱크 마개 등에서 결함이 발견된 51만4천대를 회수하고, 17만8천대를 무상 수리해주기로 했었다.

미쓰비시는 책임자를 징계키로 하고 은폐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던 사장 이하 임원들에 대해서도 감봉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이번 파문으로 미쓰비시는 69억달러의 금전적 손실을 입게 됐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그동안 쌓아올린 소비자의 신뢰와 기업 이미지에 큰 손상을 입은 것이야말로 무엇보다 큰 손실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일본 소비자들은 최근 브리지스톤/파이어스톤의 타이어 결함 파문이 채 가시기도 전에 대기업인 미쓰비시가 상도덕을 저버렸다는 사실에 충격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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