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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사회 구현은 이런 식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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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김종우
전국진로진학상담교사 협의회 회장
성수고 교사

지난해 12월 31일 정부가 발표한 9급 공무원 공채시험 과목 개편안에 취업을 앞둔 젊은 층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개편안의 요지는 오는 2013년부터 9급 공무원 시험과목을 기존의 행정학·행정법 외에 사회·과학·수학 등 고교에서 이수한 과목을 선택해서도 시험을 치를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고교 과정을 충실히 이수한 사람이면 누구나 쉽게 시험에 응시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사실 취업을 앞둔 고교생들에게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해주고 각자 자신에게 맞는 직업을 찾도록 도와주는 것이 우리 진로진학상담교사들의 일이지만 그간 공무원이라는 직업은 고교생들에게 쉽게 권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학력 인플레와 청년 실업 문제가 겹치면서 대학 출신자들이 9급 공무원 준비생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시험과목마저 대학에서나 배울 수 있는 행정학·행정법 등이 다수를 차지해 고교생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할 엄두도 내기 어려웠다. 그 결과 1985년에는 국가직 9급 공채 합격자 중 고졸 이하가 58%를 차지했으나, 2010년에는 1.6%까지 급감했다.

 이제라도 다행인 것은 최근 정부가 대학 진학 만능주의를 해소하고 적재(適材)가 적소(適所)에서 일할 수 있는 사회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고졸자 채용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공직 내에서의 고졸자 채용 활성화를 위해 성적이 우수한 특성화고·마이스터고 학생을 시험을 통해 기능 9급으로 채용하는 ‘기능인재 추천 채용제’ 인원을 대폭 늘리고, 고교 순회 공직 설명회를 통해 고교생의 공직 진입을 위한 정보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공무원 진출을 단념했던 학생들도 이제는 공직에 많은 관심을 보이게 됐다. 학교에서도 학생들이 공직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노력하게 됐다.

 이번 9급 공무원 시험과목 개편을 계기로 무턱대고 대학에만 진학하려는 풍토가 개선되고 적성과 소질을 고려해 진로를 선택하는 실용적인 문화가 정착되길 바란다. 아울러 학력차별 없이 실력과 능력으로 인정받는 진정한 공정사회가 사회 전반에 실현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종우 전국진로진학상담교사 협의회 회장·성수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