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소스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중앙일보

입력

공개소스를 움직이는 힘은 무엇일까?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시한폭탄이 터지기 전이라면 그 힘은 얼마나 동안이나 계속 살아 움직일 수 있을까?

이번 주 필자는 새너제이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리눅스월드 무역박람회 전시홀을 돌아다니며 이런 문제들에 대해 깊이 생각해봤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게 비단 필자 혼자만은 아닐 것이다. 이번 박람회에서 공개소스 해커들은 컴팩, 델 컴퓨터, 휴렛팩커드, IBM, 썬 마이크로시스템 같은 기업들이 자신들의 운동에 참여하는 것이 그들이 세워놨던 기이한 파라다이스를 파괴할 것인지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사실, 공개소스의 다문화/다국가적 회원들의 결속은 대개 ''강자와 맞서자''는 공통된 태도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태도는 골리앗을 상대로 승리한 다윗을 응원하는 사람들에게는 공개소스가 무척 호소력 있는 아이디어로 비치게 만든다.

하지만 공개소스를 파멸로 이끌 수 있는 것은 포천지 선정 500대 기업들의 리눅스에 대한 새로운 애정이 아니라 공개소스 마법사들의 편협성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이번 주 리눅스월드 참석자들 사이에는 인내의 분위기가 형성됐다. 공개소스는 성별, 인종, 종교. 머리색을 불문하고 모든 해커들의 동등한 참여를 전제로 하고 있다.

하지만 만약 인내가 공개소스 업계의 표어라면, 어째서 이 커뮤니티는 신참들에게 그토록 모질단 말인가?

GNOME이나 Linus를 잘못 발음하는 사람들은 금새 웃음거리가 된다. 공개소스 행사에서 넘쳐나는 좀 괴상한 공개소스 티셔츠나 자동차 범퍼에 붙이는 스티커에서 유머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은 왕따로 낙인찍힌다.

한 리눅스 지지자의 e-메일 태그라인에서 간결하게 표현된 것처럼, 행사장에 퍼져있는 태도는 "리눅스 지지가 아니라면 그것은 불완전하고 뭔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많은 공개소스 지지자들은 "우리와 함께 하지 않는 사람은 MS편이나 마찬가지"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시대의 대기업들에게 도전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비즈니스 지향적인 소비자들을 축출하는 것과, 공개소스 내부자의 농담을 즐기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공개소스 벤더들은 신출내기를 위해 멍청한 일을 그나마 어리석은 수준으로까지 끌어내릴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이들이 속도를 따라갈 수 있도록 좀 더 인내심을 가질 필요는 있다. 이들은 많은 사람들이 리눅스가 보다 직관적이지 못하다고 느끼는 것과 같은 단점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대기업들의 중심부에서 작업하고 있는 공개소스 친화적인 개발자들을 혹평하는 대신 용기를 북돋아줘야 한다.

필자는 공개소스가 독점적인 소프트웨어에 대한 대안으로 성장하리라고 본다. ''공개소스운동이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소프트웨어 업계를 뒤흔들어놓는다면 놀라운 일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 전에 공개소스 운동이 취하는 태도는 시정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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