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기춘의 귀, 이용대의 손 … 고통은 금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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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운동선수들에게 올림픽은 꿈의 무대다. 메달을 위해 4년 동안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수시로 들 정도로 피나는 훈련을 반복한다. 그 땀은 고스란히 몸에 아로새겨진다. 세계 최고를 향한 영광의 상처이자 훈장이다. 중앙일보가 2012년 런던 올림픽 예비 메달리스트 네 명을 만났다. 그들의 노력이 담겨 있는 빛나는 육체를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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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 배드민턴의 아이콘 이용대(24)는 잘생긴 외모로 여성 팬이 많다. 그런 그에게도 콤플렉스가 있다. 오른 손바닥에 촘촘히 박힌 굳은살이다. 이용대는 “꾹 눌러도 아무 느낌이 없다”고 했다. 상대가 악수를 청할 때 마음이 불편하다. 거칠고 굳은살 박힌 손바닥 때문에 상대에게 불쾌함을 줄까봐서다. 그는 “왼손으로 악수하고 싶을 때도 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이게 내 배드민턴 인생의 훈장인데”라며 웃었다.

 양궁 김우진(20)도 악수하기를 꺼린다. 활시위를 당길 때 사용하는 검지·중지·약지 세 손가락이 물집 잡혀 퉁퉁 부어 있어서다. 김우진은 “한 달에 핸드 크림을 두 통 정도 사용한다. 손가락의 감각으로 활을 쏴야 하기 때문에 관리를 잘해야 한다”고 했다.

 유도 왕기춘(24)도 보여주기 싫은 곳이 있다. 바로 귀다. 하루에도 수천 번씩 매트에 넘어져 귀가 찌그러져 있다. 귀를 통과하는 모세혈관이 터져 모양이 변했다. 왕기춘은 “신체 부위 중 가장 보여주기 싫은 곳”이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어폰을 꼽고 노래를 듣는 건 상상도 못한다. 이어폰이 아예 들어가지 않는다. 그는 “런던에서 금메달만 딸 수 있다면 귀를 다치는 것쯤은 얼마든지 참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여자 태권도의 박혜미(26)는 매니큐어를 발라본 적이 없다. 자칫 상대에게 약해 보일까봐서다. 발톱 관리를 위해서이기도 하다. 발에 문제가 생길까 우려해 하이힐 대신 운동화만 신는다. 발 사이즈가 260㎜다. 그는 “여자로서는 왕발이어서 창피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올림픽 메달만 바라보며 땀을 흘린다”고 했다.

글=김환 기자
사진=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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