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블랙홀’ 부영, 도약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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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한기자]

민간임대 전문업체인 부영의 행보가 거침없다. 올해 모두 2조5000억원 토지를 사 ‘토지 블랙홀’이란 별명이 생겼다.

무주리조트, 제주 앵커호텔 등을 인수해 관광 레저업에 나섰고, 영풍파일 인수를 검토하는 등 사업도 다각화했다. 시공능력 68위의 부영이 2012년 본격적인 도약을 시작할 것이란 전망은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부영은 지난 22일 경기도시공사가 내놓은 경기도 화성 동탄신도시 내 아파트 용지 6개 필지를 모두 사들였다. 모두 4641가구의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부지로 땅값만 5000억원이 넘는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부영은 올해 LH에서만 모두 9020억원어치의 토지를 사들였다. 화성향남 택지지구, 위례신도시, 경북혁신도시, 광주전남혁신도시, 양산 물금지구 등 전국에 걸쳐 아파트 부지를 수백억원어치씩 매입했다.

LH 관계자는 “올해 LH가 분양한 토지를 가장 많이 산 건설사는 대형사를 모두 포함해 부영이 단연 최고”라고 말했다.

부영은 올해 LH, 경기도시공사, 충북개발공사, 전남개발공사, 대한전선 등으로부터 전국적으로 알려진 것만 2조5000억원 규모의 땅을 샀다.

건설이 아닌 다른 분야에도 외형을 넓혔다. 지난 4월엔 대한전선으로부터 무주리조트를 1360억원에 인수했고, 11월에는 제주 앵커호텔(600억원)을 인수해 내년 9월 준공할 예정이다.

현재 6성급 호텔인 서울 반얀트리서울 인수 의향서 제출해 관광 레저사업에도 적극 나설 태세다.

아울러 하나금융 유상증자에도 참여해 640억원을 투자했다.

이런 식으로 올해 부영이 각종 M&A 및 지분투자에 사용한 금액이 32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전해진다.

부영 현금 자산만 7000억원 가까이 쌓여


부영이 이렇게 공격적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기본적으로 풍부한 현금보유를 바탕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려는 필요에 따른 것이란 분석이다.

부영의 지난해 매출액은 1조416억원으로 1168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지난해 말 기준 현금(현금및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은 6970억원 정도 확보했다. 사업을 통해 순수하게 남은 이익잉여금만 3019억원 가량 됐다.

하지만 사업 구조가 단순하다. 전체 매출액 중 80% 이상인 8193억원이 분양 매출이다. 임대 전문기업이지만 임대수익은 570억원에 불과하며, 부동산관리수익은 320억원 수준에 머문다. 사업다각화의 필요성이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부영이 부동산 시장을 낙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부동산 경기가 저점인 것으로 판단하고 적극적으로 땅을 사들여 다른 건설사들이 주춤하는 사이에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만들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하지만 건설경기 침체가 계속될 경우 공격적인 투자가 손실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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