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독일 축구의 새로운 출발

중앙일보

입력

2006년 독일 월드컵 유치를 기념하여 펼쳐진 독일과 스페인의 친선 경기는 예상과 달리 독일의 완승으로 다소 싱겁게 끝났다.

결과는 4대1 독일의 오랜만의 대승이었고, 리벡(Erich Ribbeck)에 이어 독일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부임한 루디 푈러(Rudi Voeller)의 화려한 감독 데뷔전으로 기억될만한 경기였다.

차기 감독으로 내정된 현 바이에르 레버쿠젠(Bayer Leverkusen) 감독인 다움(Christoph Daum)이 2001년 여름 지휘봉을 인수받게 되기 전까지 한시적으로 대표팀을 맡게된 루디 푈러는 부임 첫 경기를 인상적으로 끝마치면서 독일 국민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을 받았다.

이날 경기에서 가장 좋은 활약을 펼친 선수는 바이에른 뮌헨의 팀 동료 숄과 지클러였다.

오른쪽 윙으로 출전했지만 중앙을 오가며 양 사이드로 적절한 볼 배분을 해주었던 숄은 24분 아크 정면에서 얻은 프리킥을 오른발 인사이드 감아 차기로 골 네트를 가르면서 첫 골을 터뜨린 것을 시작으로 51분에는 이반 캄포의 키핑 미스를 틈타 역시 아크 정면에서 인터셉트한 후 얀커와의 2대1 패스를 통한 땅볼 슛으로 자신의 두 번째 골을 성공시켰다.

이날 경기의 또 하나의 히어로인 지클러는 이후 62분과 69분에 마찬가지로 두 골을 득점했다. 얀커의 스페인 진영 중앙에서의 스루패스를 좌측을 파고들면서 강한 땅볼 슈팅으로 성공시켰고 뒤이어 5분만에 다시 숄이 하프 라인에서 찔러준 전진 패스를 약 50m 가량 치고 들어간 뒤 페널티 에어리어 오른쪽 측면에서 역시 강력한 땅볼 슛으로 네트를 흔들었다.

반격에 나선 스페인은 69분에 아크 정면에서 수비수 한명을 제낀 상황에서 라울의 힘들이지 않고 골키퍼가 상대 수비수에 의해 시야가 가린 틈을 타 정확히 골문 구석을 찔러넣는 고감도의 감각적인 드롭성 토킥으로 한 점을 만회하는데 그쳤다.

이렇듯 천재성을 유감없이 보여준 라울의 활약에 비해 다니(Daniel Garcia), 멘디에타(Gaizka Mendieta), 헤라르드(Gerard Lopez) 등 다른 팀 동료들이 전체적으로 부진한 가운데 흐름을 뒤엎기는 역부족인 경기였다.

독일은 이 경기서 지난 유로 2000에서의 모습과 다른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었다.

물론 플레이메이커 숄의 중앙에서의 적절한 오픈 플레이에 힘입은 바가 크지만 공간을 이용한 패스플레이가 무리 없이 이어졌고, 볼에 대한 집착과 기동력, 파워에서 스페인의 개인기를 압도한 경기라고 평할 수 있었다.

한편 유로 2000을 비롯하여 최근 경기에서 볼 수 없었던 논스톱의 빠른 볼 처리와 수비 배후로 2선에서 침투하는 선수에게로의 적절한 전진 패스 시도 등에서 나타난 것과 같이 대체적인 패싱의 신속성, 정확성 개선은 과거 전차 군단에게서 볼 수 있었던 다이나믹한 플레이를 가능케 만들어 주었다 할 수 있다.

지난 유로 2000에서의 실패를 교훈 삼아 2006년 월드컵 유치의 감격과 함께 새로운 출발을 선언한 독일 축구. 개인기 위주의 정교한 축구가 득세하고 있는 국제 축구계의 대세에 기동력과 조직력을 기반으로 한 변모를 시도하고 있는 그들의 축구가 얼마만큼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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