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무료처방전은 유죄인가?

중앙일보

입력

의약분업 시행안을 둘러싸고 의료계와 정부가 팽팽히 맞서고 있는 가운데 한 사이버 병원과 보건당국이 법정싸움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오픈한 인터넷 사이트 아파요컴(http://www.apayo.com 이 회사는 닷컴의 닷을 상호에서 탈락시키고 있다)이 지난 1일부터 사이버상에서 발급하고 있는 무료 처방전에 대해 서울 서초구보건소가 의료법 위반이라며 서초경찰서에 형사고발하고, 보건복지부에 의사면허 자격정지의 행정처분을 요청한 것. 의료기관을 개설하지 않고 의료업을 하는 것은 불법인 데다 사이버상에서 환자의 말만 듣고 처방을 할 경우 약화(藥禍)사고, 처방전 남발, 임의조제 등의 우려가 있어 이를 용인할 수 없다는 것이 당국의 입장이다.

이상영 보건복지부 보건자원정책과장은 “처방에 대해 돈을 받고 안 받고는 부차적인 문제이며 불특정다수를 상대로 의료행위를 했다면 의료업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환자를 가장한 ‘가상 환자’가 처방전을 받아 낼 수도 있을 것이란 지적도 했다. 같은 과의 다른 실무자는 “같은 사람이 매일 처방전을 받아 내도 확인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마약성이 있는 약을 계속 사 모아도 사실상 막을 길이 없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이 회사 민경찬 대표(41·의사)는 “현재 처방전은 감기·위장병·관절염에 한해 1회에 이틀치만 발급하고 있다”며 마약성 약 운운 하는 것은 넌센스라고 일축했다.

“이들 병에 쓰는 약들은 마약성이 거의 없습니다. 아니, 그런 논리라면 식칼은 겁나서 어떻게 팝니까? 사이버 공간에서 처방이 이루어지는 게 문제라면, 즉 ‘문진에 의존하는 처방은 위험하다’는 논리라면 의사가 환자 전화 받고 ‘그런 증상이라면 그냥 집에 있으라’고 해도 안 됩니다.”

처방전 남발, 나아가 약물 오남용의 가능성도 부인했다. 현실세계의 병원에 가면 거의 1백% 처방전을 발급하지만 아파요컴에서 회원들로부터 진료신청을 받고 처방전을 발급하는 경우는 50%가 채 안 된다는 것.

무엇보다 의료법 등 현행법엔 의사의 무료 처방을 제재할 어떤 근거도 없다고 그는 덧붙였다.

“무료 진료는 사회봉사활동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변호사가 무료로 법률상담하는 걸 처벌할 수 없는 거나 법리상으로는 같아요.”

그는 인터넷 무료처방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어 이미 지난해 11월 서울지검에 의해 무혐의 처리됐다고 밝혔다.

민대표는 약사법 위반으로도 고발돼 있다.인터넷상에서 원가에 약을 파는 약사들로부터 무료 회원들이 약을 살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 주었다가 약을 거래한 혐의로 서초구보건소로부터 고발 당한 것. 이에 대해 그는 무고혐의로 맞고소를 했다. 약국의 경우 6개월 후 결제가 보편화돼 있어 일부 약을 원가에 파는 약국들이 있다.

사이버 처방전에 대해서는 의사들의 시선도 곱지 않다. 민대표는 사이버 처방전이 뿌리를 내릴 경우 개인병원의 20∼30%가 문을 닫게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와 관련, 이상영 과장은 “세계적으로 사이버 처방을 하고 있는 나라가 없으며 의학적으로도 인정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이버 처방전에 대한 네티즌의 호응은 그러나 뜨겁다. 아파요컴측은 의료계 재폐업 전 하루 약 4만건에 이른 접속건수 중 50%에 대해 처방전을 발급했다고 밝혔다. 하루에 발급할 수 있는 처방전수는 무려 65만건. 처방전 발급에 걸리는 시간은 낮에는 1시간, 약국이 문을 닫는 밤에는 다음날 오전이면 발급된다. 아파요컴은 또 이용자가 자신의 증상을 입력해 스스로 병의 원인을 진단하고 처방을 받을 수 있는 자가진단 시스템도 구축해 놓고 있다.

“장차 전 국민이 회원이 되는 날이 올 겁니다. 전국의 모든 환자들의 진료기록을 담은 전자 차트를 하나의 서버에 보관하는 게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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