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조경환, 차세대 거인 홈런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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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는 항상 대형타자의 빈곤에 시달렸다. 오죽 했으면 팀 컬러가 '소총부대'로 알려져 있을까.

물론 '99 시즌 마해영과 호세가 듀엣으로 30개의 홈런을 쏘아 어느 정도 장타 갈증을 씻어 주었으나 올 시즌에는 마해영도 홈런 페이스가 좋지 못하고 호세 또한 메이저리그로 떠나 버린 데다가 호세를 대신하여 데려 온 화이트가 타율과 타점에서는 제 몫을 해주나 홈런타자와는 거리가 멀어 여전히 자이언츠는 타팀 뿐만 아니라 일반 팬들에게는 '소총부대'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이제 자이언츠는 차세대 클린업을 책임 질 조경환이 아마시절 명성을 되찾고 있어 장타군단으로 도약하려 한다.

조경환은 고려대 시절부터 상무 시절까지 홈런타자로서 명성을 날렸다. 세기는 부족하지만 힘이 워낙 좋기 때문에 제대로 걸리면 타구는 바로 홈런과 직결이 되었다.

자이언츠에서 이런 그에게 장타력 빈곤을 일순간에 씻어 줄 거포로 활약해 줄 것은 당연했다.조경환 역시 데뷔 첫 타석에서 홈런을 치는 등 기대에 부응하는 듯 했으나 선구안이 부족하고 변화구 대체 능력이 떨어지는 약점을 보여 데뷔 첫 해에는 겨우 9개로 홈런 행진을 마감하고 말았다.

지난 시즌 역시 19개의 홈런을 쳐 가능성을 보여 주긴 했으나 아마시절 이름값에는 턱없이 부족했고 또한 팬들에게도 '공갈포'라는 인상만을 심어 주었다.

그러나 조경환은 올 시즌을 누구보다도 기다려 왔다. 성실하게 동계훈련을 소화해 내고 또한 약점이던 선구안을 다듬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난 6월 16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사직경기에서 왼쪽 발목에 부상을 당해 거의 한달 동안 공백 기간을 가졌다. 평범한 선수라면 그러한 공백으로 말미암아 제 컨디션을 찾는데 어려움이 있었으나 성실이 특기인 조경환은 충분히 극복하여 복귀하자마자 홈런포를 작렬하기 시작했다.

또한 7월 28일 한화 이글즈와의 사직경기에서 3연타석 홈런을 쏘아 올려 팬들에게 홈런타자로서 강한 인상을 남겼다. 박경완에 이은 4연타석 홈런을 기대 했으나 이글즈 벤취의 고의사구로 무산되어 아쉬움을 남겼으나 자이언츠에게는 보배로 탈바꿈하는 계기가 되었다.

한편 조경환은 8월 15일 사직에서 벌어진 현대 유니콘스와의 경기에서 1회말과 6회말에 홈런을 터뜨려 20개로 마해영과 함께 팀 내 홈런 공동 1위로 올라섰다. 타팀 홈런타자에 비해 10개 이상 차이가 나지만 한 달 가량의 공백 기간을 감안한다면 무시할 개수는 절대 아니며 또한 몰아치기에 능한 그를 감안한다면, 시즌 초 그가 목표로 삼았던 30개의 홈런도 꿈만은 아니다.

마해영을 이어 차세대 자이언츠 거포로 남을 조경환은 이번 시드니 올림픽 선발은커녕 후보조차 오르지 못한 자신에 대한 반성과 함께 올 시즌 자이언츠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는 데 큰 몫을 해 낼 것이라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아직은 부상에서 완쾌되지 않아 왼쪽 발목에 붕대를 감고 출장하고 있지만 완전한 몸상태가 되는 내년 부터는 본격적으로 홈런왕 자리를 놓고 각축을 벌이는 조경환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 신종학 - 프로야구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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