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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억 매출에 과징금 19억 … 불법 다단계 눈 깜짝 안 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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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불법 다단계는 사행성 도박이다.”

 ‘거마 대학생’ 수사를 담당해 온 한 경찰관의 토로다. 불법 다단계의 중독성이 사행성 도박과 맞먹는 수준이란 의미다. 불법 다단계의 최상층부에서 한번 ‘돈맛’을 본 이들은 요리조리 단속을 피해 끈질기게 생명력을 유지한다. 불법 다단계 단속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사행성 도박에 준하는 강력한 법적·제도적 규제장치가 시급한 이유다.

 무엇보다 불법행위를 일삼는 신종 다단계 업체들을 규제하기 위한 법개정이 급선무다. 합법적 다단계 업체는 소비자가 먼저 물건을 써 보고 만족하면 판매원으로 등록하게 한다. 하지만 불법 다단계 업체들은 피해자와 판매원 계약을 체결한 뒤 대출을 받게 하고 고가의 물건을 강매한다. 현행법상 판매원 계약을 먼저 하고 물건을 팔게 하면 다단계 판매행위가 성립되지 않아 일반 방문판매 업체가 받는 낮은 수준의 규제만 받는다. 신종 다단계 업체들은 이 규정을 활용, 불법행위를 저지르고도 처벌을 피해 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09년 국회에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제출했다. 신종 다단계 업체들을 ‘후원 방문판매’로 규정, 다단계 업체 수준의 규제를 적용하자는 내용이 골자다. 후원 방문판매 업체는 소비자피해보상보험에 가입해야 하고 160만원 이하 상품만 취급할 수 있다. 또 멀쩡한 회사에 취업시켜 준다고 대학생들을 다단계 판매원으로 유인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이 법안은 지난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를 통과했다. 법사위 한나라당 간사인 박준선 의원은 “불법 다단계의 심각성이 중앙일보 보도로 드러난 이후 공정위, 업계와 협의를 거쳐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가 불법 다단계 업체에 부과하는 과징금 액수도 더 높여야 한다. 최근 불법행위로 대표가 구속된 A업체는 15개월간 240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공정위로부터 부과받은 과징금은 19억여원에 불과했다. 이런 솜방망이 처벌로는 다단계 업체들이 눈도 꿈쩍하지 않고 불법행위를 이어가게 할 뿐이다.

 대학생 신용대출에 대한 감독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번 거마 대학생 수사 과정에서 상당수 대학생이 저축은행을 통해 학자금 대출 명목으로 고리의 대출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대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거마 대학생 사태를 계기로 심사기준 강화 등 대학생 신용대출 남발에 대한 대책을 업계에서도 자체적으로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탐사팀=최준호·고성표·박민제·류정화·홍상지·최종혁·손국희 기자, 이정화 정보검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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