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한은, 경제전망 다 틀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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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발표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줄줄이 ‘헛다리’를 짚은 것으로 드러났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이달 들어 내놓은 올해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예상 증가율은 3.8%다. 한 해가 거의 다 지났으니 이제는 얼추 맞을 거라고 보면 된다. 이 수치를 두 기관의 지난해 말 전망치와 비교하면 한숨부터 나온다. 재정부는 5% 안팎, 한은은 4.5%를 불렀다.

 물론 정부·한은만 틀린 건 아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각각 4.5%와 4.3%를 예상했다. 국내 민간연구소와 해외 투자은행들도 대부분 4%대는 나올 것으로 봤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유일하게 3.8%를 정확히 맞혔지만, 올해 1분기 세계 경제가 조금 좋아질 조짐을 보이자 4월 들어 4.3%로 높이는 바람에 다소 빛이 바랬다.

 하지만 남들도 틀렸다고 정부·한은의 책임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특히 한국 경제를 가장 잘 알고 있어야 할 정부·한은의 전망치가 가장 큰 폭으로 틀렸다는 점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올해 경제 흐름을 완전히 잘못 짚었다는 점이다. 한은은 애초 올해 내수·수출의 순성장 기여도가 각각 2.5%포인트와 2%포인트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수출의 순성장 기여도는 2.2%포인트로 되레 높아졌고, 내수는 1.6%포인트로 뚝 떨어졌다. 전망과는 거꾸로 ‘외환(外患)’이 아닌 ‘내우(內憂)’가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은 주범이 됐다.

 한은 관계자는 “올해 내내 수출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잘됐고, 내수는 계속 더 나빴다”고 털어놨다. 한은이 올해 물량 기준으로 9.6% 늘어날 것으로 봤던 상품 수출은 지난해보다 11.6% 늘어날 전망이다. 한은이 180억 달러로 예상했던 올해 경상수지 흑자는 272억 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면 정부·한은 모두 지난해 대비 4%대 증가를 예상했던 민간소비는 경제성장률에 크게 못 미치는 2%대 중반의 ‘굼벵이 걸음’을 하고 있다. 소비가 예상보다 훨씬 부진하면서 전체 성장률을 확 끌어내렸다는 얘기다.

김선하·김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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