냅스터, 살릴 것인가 죽일 것인가?

중앙일보

입력

음반업계와 팽팽한 신경전

미 음반협회(RIAA)와 5개 메이저 음반회사들이 공동으로 음악파일 공유 사이트인 냅스터에 소송을 제기한 것은 지난 해 12월. 지난 달 26일 1심에서 법원은 냅스터에 사이트 즉각 폐쇄 명령을 내렸다. 이틀 후 미 항소법원은 최종 판결이 있을 때까지 사이트 폐쇄 유예판결을 내려 1심 판결을 사실상 번복했다.

1심의 사이트 폐쇄 판결 직후 이틀 동안 냅스터는 사이트 방문자가 평소보다 92% 증가한 84만9천명에 달했고 페이지뷰만 3백만 회에 달해 폐쇄 판결의 여파를 반영했다. 여기에 냅스터가 2천만 사이트 이용자들을 주축으로 음반 불매 캠페인을 벌이기 시작했다.

각국의 유사 사이트와 유사 음악파일 공유 프로그램 개발자들이 ‘포스트-냅스터’ (Post-Napster)를 준비한다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자 법원은 일단 네티즌의 반발을 가라앉히기 위해 한시적 운영이라는 고육책을 쓰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양측은 소강상태에 접어들었고 냅스터는 일단 시간을 벌었다. 과연 음반업계와 냅스터는 타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인가? 음반업계는 냅스터 타협의 가능성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불과 19세인 냅스터 개발자 숀 패닝 뒤에서 경영을 맡고 있는 행크 배리는 이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타협점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음반업계의 태도가 냉담하다. 음반협회가 만회하려 하는 것은 음반 판매 손실이 아니라 디지털 음악 시장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음반업계가 냅스터를 상대로 낸 소송은 사실 디지털 음악시장에 대한 전면 공격이기도 하다.

MP3 사이트의 급증으로 음반업계는 디지털 음악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 기회에 어떻게 해서든 디지털 음악시장을 찾으려고 할 것이다. MP3 사이트가 있더라도 음반 판매실적은 계속 증가해왔다는 각종 조사결과가 음반업계를 설득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음반업계는 MP3를 불가피하게 무료로 제공할 수밖에 없다 하더라도 서비스의 주체는 자신들의 몫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따라서 냅스터와 같은 강력한 파워엔진을 없앨 것이 아니라 이용해야 한다는 타협론을 음반회사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게다가 냅스터보다 정교하고 세련된 교환엔진을 제공하는 사이트가 속속 등장할 전망이어서 업계에서는 이번에 어떻게 해서든 저작권 보호 선례를 남기려 할 것이다. 벤처자금이 디지털 음악사이트에 유입되는 것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어린 학생의 장난 정도로 여겨졌던 MP3 스왑 엔진인 냅스터에 벤처 캐피털인 허머 윈블라드가 투자한 비용은 1천5백만달러에 이른다. 음반업계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컴퓨터광들이 숨어서 지능적 엔진이나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벤처자금이 유입되어 본격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는 것이기 때문에 음반업계는 법적 선례를 남기기 위해 남은 기간 소송에 주력할 것으로 관계자들은 예측하고 있다.

한편 전세계 네티즌들의 폭발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냅스터는 일단 법원과 음반업계를 위협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냅스터가 저작권을 위반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2천만이라는 이용자 베이스는 타협의 조건으로 제시할 수 있는 좋은 당근이지만 동시에 음반업계와의 그 어떤 타협도 냅스터 이용자들에 반하는 결과가 될 것이기 때문에 냅스터는 운신의 폭이 줄어들었다.

오히려 상황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은 냅스터가 아니라 네티즌, MP3 엔진 개발자, 유사 동종 사이트들에 달려 있다. 이들의 반응은 법원이 최종 판결을 내리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이달 초 게임소프트웨어 스왑엔진까지 등장해 법원의 판결은 전 소프트웨어 산업계에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냅스터는 곧 추가 항소자료를 법원에 제출할 것이고 음반업계는 9월 8일까지 최종 입장을 밝혀야 한다. 두 달 후면 전세계를 뜨겁게 달궜던 냅스터 공방은 마감을 하겠지만 아무도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지금, 냅스터는 음악파일을 미리 받아놓으려는 사용자들로 북적거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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